손을 세게 잡는 건 주로 확신을 주고 싶을 때, 반면 상대를 피하고 싶을 때는 일부러 손을 살짝만 쥐기도 하지요.
사실 악수는 수백 년 전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상대에게 증명하기 위한 방법이었습니다.
오늘날에도 공개적이면서도 안전한 인사법인데, 보통 살면서 1만 5천 번 정도의 악수를 한다고 합니다.
악수엔 다섯 가지 정도의 공식이 있습니다. 쥐는 힘·눈 맞춤·손의 온도·서 있는 자세와 위치, 그리고 손을 쥐고 있는 시간.
이런 걸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전달되는 메시지는 하늘과 땅 차이가 되기 때문에, 정치의 영역에서 '악수'는 때로 강력한 메시지가 되기도 합니다.
2년 전 중국과 대만의 첫 정상회담, 마잉주 대만 총통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무려 81초 간 손을 맞잡았습니다.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두 손을 맞잡는 악수로 깊은 인상을 남겼었죠.
작은 거인, 중국의 덩샤오핑 주석의 악수도 유명합니다. 키가 컸던 닉슨을 일부러 쳐다보지 않고 손을 잡아서 첫 만남부터 신경전을 벌였다는 말도 있었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악수는 아주 악명이 높습니다. 캐나다 총리는 너무 꽉 잡아 놀라게 하는가 하면 독일 메르켈 총리와는 아예 악수를 거부했고,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는 힘 대결을 벌이기도 했었으니까요.
청와대도 이번 미국 방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악수를 가장 고민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올 정도였습니다.
이번 한미 정상의 악수는 북핵과 사드, 한미 FTA 등 어려운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장진호 전투에서 함께 싸웠던 한미 동맹 64년의 무게를 담아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맞잡은 두 손'이 무색해지지 않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