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40대 주부를 납치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용의자 2명이 경찰에 3일 검거됐다. 사건발생 9일만에 주범 2명은 서울의 한 모텔에 은신해 있다가 의심 신고를 접수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이날 오전 10시10분께 중랑구 한 모텔에 숨어있던 심천우(31)와 강정임(36·여)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전날 밤 중랑서는 "모텔에 투숙한 남녀가 의심스럽다"는 신고를 접수받고 형사들을 파견했으나 용의자로 특정할 정황을 확보하지 못해 당시에는 검거를 못했다. 그러나 다음날 오전 용의자 여부를 확실히 가리기 위해 잠복수사를 계속 이어가던 중 모텔에 용의자들이 함께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두사람을 검거했다.
검거 당시 심씨는 하얀색 티에 검정색 바지를 입고 안경을 착용하고 있었고, 강씨는 아이보리색 치마 입는 등 최근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른 장면이 공개수배된 모습과 거의 일치했다.
용의자들은 경찰에 검거된 이후에도 "경남 내려가서 모든 걸 얘기하겠다"며 일체 입을 다물었다.
시민의 결정적 제보로 다행히 용의자들이 검거됐으나 그동안 사건발생지인 경남 경찰의 수사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7일 오전 1시30분께 용의자들이 순천에서 남해고속도로로 차량을 몰고 함안 방면으로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은 경남 경찰은 경력 100명을 동원해 현장을 포위했으나 용의자들은 함안군 가야읍 검암산으로 도주했다. 용의자 3명 중 이번에 잡힌 남녀 2명은 산으로 도주했고, 1명만 한 빌라 주차장 차량 밑에 있는 것을 검거했다. 경찰은 27일 당일 저녁시간대 ‘함안 검암산에서 걸어내려오는 남녀 한쌍을 봤다', ‘함안 인근인 남해고속도로 산인 터널에 저녁시간대에 남녀가 걸어가는 걸 봤다'는 결정적 제보 2건을 받고도 이들을 검거하지 못했다.
특히 3일 서울에서 이들이 모텔에 검거될 당시 시각인 오전 10시에도 경남 경찰은 거제의 한 PC방에서 용의자 심씨 ID로 인터넷에 접속했다는 제보를 받고 70여명의 형사를 파견해 이 일대를 뒤졌으나 결국 다른 사람으로 밝혀졌다. 이미 용의자들은 서울의 모텔에 28일부터 투숙해 은신하고 있었는데도 경남 경찰은 관할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잘못된 판단에 헛발질한
이들은 앞서 지난달 24일 오후 8시30분께 창원 시내 한 골프연습장 주차장에서 A(47·여)씨를 납치해 살해하고 시신을 인근 저수지에 유기한 혐의다. 이들과 공범인 심천우의 6촌 동생 심모(29)씨는 같은달 27일 검거돼 구속됐다.
[창원 = 최승균 기자 / 서울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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