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영 전 주필 조카 토익점수 415점에 면접때는 술냄새 나" 대우조선해양 인사담당자 진술조서 공개

대우조선해양이 2009년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63)의 조카를 특채로 입사시키기 위해 회사 채용 규정까지도 어겼다는 구체적인 법정 증거가 나왔다. 송 전 주필의 조카는 입사 지원 기준인 토익점수는 물론 인적성평가·신체검사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고도 대우조선에 입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태업) 심리로 열린 송 전 주필과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59)의 배임수재 등 혐의의 첫 공판에서 검찰은 대우조선 인사채용 담당자 이모씨의 진술조서 내용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토익점수가 700점이 넘지 않으면 탈락인데 송 전 주필의 조카 강모씨는 415점이었다"고 밝혔다. 또 "인적성검사는 2등급 이하면 채용이 안되는데 강씨는 2등급이었으며, 신체검사에서도 간수치가 높고 추간판탈출증이 의심돼 부적격 판단을 했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씨는 "강씨는 면접을 보러 와서도 술냄새가 나 당황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외국인 면접관의 면접을 진행해도 점수가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고 채용담당하는 (스스로가) 창피할 것 같아서 아예 시행을 안했다"고 말했다. 또 "대우조선의 영어사명인 DSME가 무엇의 약자인지도 모르는 기본이 돼있지 않은 지원자였다"고 했다.
그는 강씨의 이같은 결격사유에도 "남상태 당시 대우조선해양 사장(67)이 한명을 찍어서 채용하고, 서울에 근무하도록 하라고 지시해서 무조건 채용해야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송 전 주필이 그의 동생을 통해 박 전 대표로부터 받은 1000만권 자기앞수표를 세탁하려 한 사실을 공개했다. 송 전 주필 동생은 "누구에게 받았는지는 모르나 지인에게 수표를 주고 현금화해서 다시 받은 기억이 있다"고 진술했다. 이에 검찰은 "수표를 현금화한 것은 인정하면서 송 전 주필과 그의 동생 모두 누구에게 받았는지는 기억이 안난다고 한다. 이는 누가봐도 비상식적"이라고 말했다.
송 전 주필은 박 전 대표로부터 그의 고객사에 우호적인 기사와 칼럼을 써달라는 부탁 들어주고 현금, 수표, 상품권, 골프접대 등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남 전 사장의 연임에 우호적인 칼럼 등을 써주고 2011년 9월 외유성 출장 다녀온 혐의도 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한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조현준 효성 회장(49) 측이 지난 3월 동생 조현문 전 부사장(48)을 공갈미수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도 수사한다고 밝혔다.
특수단은 이 사건과 관련해 최근 박 전 대표와 조 전 부사장 측 변호인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은 현재 외국에 체류중이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과 임원진이 부당하게 계열사를 지원하고 부실투자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이들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반대로 조 회장측은 조 전 부사장이 박 전 대표 등의 자문·조언을 받고 당시 사장이었던 조 회장을 협박했다며 맞고소했다.
해당 사건은 대우조선해양 비리 의혹에 연루된 박 전 대표가 고소 내용에 포함되면서 특수단에 배당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특수단은 박 전 대표가 여러 회사와 명목상 홍보대행 및 자문 계약을 맺고 사실상 소송 전략을 짜주거나 법률문제를 자문했다는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수사했다. 박 전 대표는 2009~2011년 남 전 사장의 연임을 위해 힘써주는 대가로 대우조선에서 홍보대행비 및 자문료 21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현재 2심이 진행중이다.
[조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