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기소)이 10일 발가락을 다쳤다는 이유로 본인 재판에 불출석했다. 관심을 모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기소)과의 첫 법정 대면도 무산됐다. 또 증인으로 나온 이 부회장도 증언을 거부하면서 재판은 짧게 마무리됐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61·구속기소) 등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공판에서 "박근혜 피고인이 불출석 사유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 측 채명성 변호사는 "지난 7일 왼발을 심하게 찧어 통증이 있는 상태에서도 재판에 출석했다"며 "8일 접견을 가보니 상태가 더 심해져 거동자체가 불편한 상황"이라고 사유를 설명했다. 이어 "구치소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내상이 심해 신발을 신으면 통증이 아주 심해지고, 가만히 있어도 통증 때문에 밤에 잠도 제대로 이루기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이 본인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증인으로 나가지 않은 것은 이전에도 더러 있었다. 그는 지난 5월 '비선진료' 의혹 관련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37) 공판에 두 차례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모두 나가지 않았다. 지난 5일 이 부회장의 뇌물 사건 공판에도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했다.
하지만 이날은 공교롭게도 앞서 무산된 이 부회장과의 첫 법정 만남이 성사될 것으로 예상됐던 터였다. 박 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피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모두 각자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두 사람이 세 차례 독대를 갖고 뇌물 수수 및 공여에 합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로서는 사건의 핵심 증인인 이 부회장에 대한 신문을 통해 '삼성-박근혜-최순실'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입증하려고 애를 쓸수 밖에 없다. 반면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재판이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은 상황에서 이 부회장부터 증인신문을 하는게 향후 공소사실을 탄핵하는데 부담이 된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재경 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의도적인 시간끌기로 비칠수 있지만, 피고인으로선 충분히 방어권을 행사하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후 재판은 이 부회장, 삼성미래전략실 최지성 전 실장(66)과 장충기 전 차장(63)에 대한 증인신문이 차례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증언을 거부하면서 47분만에 일찌감치 종료됐다.
검찰은 이날 이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회장이 작년 2월 15일~17일까지 주고받은 통화·문자내역 19건을 제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작년 2월 15일 이 부회장과, 2월 16일 최 회장과 각각 청와대 안가에서 단독면담을 진행했다. 이 기간 둘이 유일하게 전화통화를 한 것은 2월 16일 오전 9시49분뿐이다. 기간을 확대해 2015년 12월~2016년 11월까지 통화내역을 살펴봐도 직접 전화통화를 한 경우는 이날 뿐이다.
검찰이 이 당시 통화 내용을 묻자 이 부회장은 "재판정에서 진실규명을 위해 모두 진실하고 성실히 답변하고 싶은게 제 본심"이라면서도 "저의 변호인들의 강력한 조언에 따라 증언을 못할 것 같다. 원할한 재판 운영에 도움 못드려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어지는 질문에도 모두 증언을 거부했다. 최 전 실장과 장 전 차장 역시 모든 검찰 측 질문에 증언을 거부했다.
앞서 재판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진술서의 진정성립에 대해 진술 거부 대상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며 "관련 사건으로 재판
검찰은 "삼성이 우리나라에 차지하는 위상에 비춰 증언 거부 모습이 노블레스오블리주를 다 하는 것인지, 위증을 피하기 위해 급급한건 아닌지 아쉽다"며 "필요하면 추후에 증인 재신청에 대한 의견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채종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