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심리한 1심 법원이 지난달 27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사법연수원 23기)의 특정 개인·단체 지원배제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데 대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총 200쪽이 넘는 이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부하 직원들의 엇갈린 진술이 조 전 장관의 무죄 판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진술 외에는 그가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2015년 관련 서류에 서명하거나 보고한 흔적 등의 객관적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조 전 장관에 대해 "지원배제 행위를 지시·승인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대신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위증한 혐의에 대해서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관주 전 비서관(53·구속기소)은 조윤선 당시 정무수석에게 블랙리스트 업무를 보고한 사실이 없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정 전 차관은 '조 당시 수석에게 한 번 정도 보고를 했다면 지원배제 업무가 중단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후회가 된다'는 진술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또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56·구속기소)이 "정무수석 부임 후 '알고 계시라'는 정도로 관련 업무를 설명했다"고 증언한 것에 대해선 "개략적으로는 보고한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지원배제 사실까지 보고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다른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박 모 전 정무비서관실 행정관은 조 전 장관의 관여 정황을 증언했지만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았다. 그는 법정에서 "2014년 12월 무렵 당시 정무수석 보좌관으로부터 '조 수석이 지원배제 문제로 난감해한다'는 말을 전해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해당 보좌관이 대화 내용을 부인해 증거로 쓰일 수 없었다.
재판부는 이밖에 2014년 9월 조 전 장관을 비롯한 당시 정무수석실이 영화 '다이빙벨'의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저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논의·지시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지원금 삭감 방안까지 정무수석실에서 논의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봤다. 정무수석실은 시민단체를 동원해 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고, 상영이 강행될 경우엔 좌석을 일괄 매입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1심 판결에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조 전 장관 모두 항소할 뜻을 밝힌 상태여서 2심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한편 재판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기소)의 지원배제 지시·승인 혐의에 대해 "보수주의 국정 기조를 강조한 것을 두고 공범으로 볼 수는 없다"는 판단 근거도 명시한 것으로 나타나 그의 유·무죄 판단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린다.
재판부는 "대통령은 보수주의를 표방해 당선됐다"며 "문화예술계 지원사업과 관련해 '좌파배제, 우파지원' 기조 자체가 헌법·법령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대통령이 청와대·문체부의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내용을 보고받았을 개연성이 매우 크고 일부는 직접 언급·지시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지시내용 자체가 위법·부당한 것은 아니고, 지원배제 범행 계획에 대한
최순실 씨(61·구속기소)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기소)의 뇌물 등 혐의를 심리 중인 각 재판부는 이날 블랙리스트 사건 1심 판결문을 증거로 채택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도 조만간 박 전 대통령 사건에 증거신청 의견을 낼 방침이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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