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경영권은 당연히 이재용 부회장에게 승계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최지성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2일 피고인 신문을 통해 "이재용 전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 계열사 지분의 많고 적음과 경영권 승계 문제는 별개"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의 지분율이 낮기 때문에 그룹을 지배하는데 문제가 있어 경영권을 승계 못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는 "이미 국내외에서 이 부회장이 후계자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이건희 회장 유고시 당연히 이 부회장이 회장 자리를 승계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 회장 재산 대부분이 주식인데 이 부회장이 상속세를 내고 이 지분을 물려받아도 그룹 전체 지분 구조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봤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형제들과의 지분 문제도 이미 해결됐다고 덧붙였다.
이런 까닭에 최 전 부회장은 빨리 회장직을 물려받으라고 이 부회장에게 권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 회장이 쓰러지고 난 뒤 이 부회장이 나서서 회장직을 승계해야한다고 여러차례 채근했다"고 발언했다. 또 "연말 사장단 회의에서 회장직에 취임하라고 강권한 적이 있고 이 회장께서 쓰러지고 1년쯤 뒤 '그만하면 충분하니 회장 취임하라'고 권유했다"며 "그런데 이 부회장이 고사했다"고 전했다.
최 전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문제가 왜 대통령과 관계되는지 지금도 이해 못하겠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절차나 조건을 잘 몰랐다"고도 진술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는게 좋겠다는 의견을 보고받자 "회사에서 그렇게 판단했다면 추진하라"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후 엘리엇의 개입으로 합병이 어려움을 겪자 "일하러 다닐 시간에 동의서 받으러 다니고 있다. 이럴줄 알았으면 합병 추진 안했을 것"이라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최 전 부회장의 발언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이 부회장 그룹 승계 작업을 주도한 사실이 없느냐는 특별검사와 변호인측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이었다며 이를 위해 최순실 측에 돈을 건넨 것이라는 특검측 주장에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흔히 말하는 회사에 대한 '지배력'은 보유하고 있는 주식 수와 관계 있는게 맞다. 하지만 '경영권'은 개인 능력과 관계있는 것이지 보유 주식수와는 별 상관없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의 삼성 계열사에 대한 지분율이 이건희 회장 등에 비해 낮아도 경영능력만 인정받으면 최고경영자 자리를 유지하는데는 문제없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평소 보유 지분을 늘리는 것보다 경영능력을 보여주는 것에 관심이 더 많았다는 점도 최 전 부회장의 진술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에 반박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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