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16일 내린 300㎜의 물 폭탄은 '고려인삼' 메카인 괴산군 일대 인삼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약 16만㎡(5만평) 가까이 인삼 농사를 짓고 있는 소 씨도 3.3만㎡(1만평) 가까이 수해를 입었다. 소씨는 물에 퉁퉁 불어난 인삼 뿌리를 연신 뽑아 들고 "상품성 없는 1~2년근 인삼은 뽑아내는 인건비도 나오지 않아 그대로 썩게 놔뒀고 올 가을 수확을 앞둔 3년근 이상 인삼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인근 인삼 유통상에 헐값에 내놨다"고 한탄했다.
당장 올해만 3~4억원의 손실이 났고, 4년 뒤엔 최대 10억원까지 추가 손실로 '빚더미'에 묻힐 걱정에 소씨는 매일 술로 밤새고 있는 지경이다.
농가들은 지난 1년을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고 입 모았다. 중국의 사드 보복 문제로 최대 인삼 수입국이었던 중국으로 향하는 수출길이 '가시밭 길'이 된데다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으로 내수불황까지 덮치면서 1500년 고려 인삼의 명가는 폐가가 나오는 '전설의 고향'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빠른 속도로 증가한 중국 인삼 수출은 2011년 4561만 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시진핑 정권 출범 이후 연일 내리막세다. 특히 사드 보복 여파가 불어닥친 지난해에는 대중국 수출액이 전년보다 37.7% 급감했고, 수출 물량 기준으로는 무려 80% 가량 감소했다. 올 1분기 사드 해빙 분위기와 함께 기저효과로 인한 반짝 수출 상승세가 있었지만 다시 한중관계가 얼어붙으면서 희망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인삼협회 관계자는 "어이없이 중국 세관에서 빛깔·크기 등 이런 저런 '딴지'를 걸며 돌려보내기 일쑤"라며 "일부 인삼 유통업체에서는 중국 통관에 막혀 수출용 인삼 재고가 쌓여 골치를 썩고 있는 곳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어려운 수출 길을 포기하고 '내수촉진'을 위해 업계가 팔 걷었지만 '김영란법'에 발목이 잡혔다. 한국인삼업계가 전국 12개 인삼농협 매출실적표를 분석한 결과 2016년 대비 2017년 설 명절 인삼류 매출액은 23.3% 감소했다. 금산수삼센터의 경우 동기간 매출액이 37% 감소했고, 강화고려인삼센터도 30~40%정도 매출 급락을 경험했다. 대목 격인 '추석'이 불과 한달 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농가들은 걱정 투성이다. 유일한 희망은 추석전 법개 정이다.
반상배 한국인삼협회장은 "정부 눈에는 '네티즌 민심'만 보이고 법 시행이후 1년 가까이 농가와 서민들이 받은 고통과 피해는 안보인다"며 ""생산·유통·가
[충북 괴산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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