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주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자치단체 조례를 직접 온라인으로 손쉽게 발의할 수 있게 된다. 수천~수만 명의 동의서도 온라인에서 간편하게 받을 수 있게 돼 주민들에 의한 조례 제정·개정·폐지 청구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언급한 '직접민주주의' 강화 시도가 본격화 한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법 시행령 등 관계법령을 고쳐 내년부터는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주민이 직접 조례를 제정하거나 개정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은 온라인으로 '100원 택시제' 등 생활에 꼭 필요한 정책을 조례로 만들어달라고 지방의회에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조례를 고치고 싶거나 제정하고 싶은 주민은 먼저 행안부가 운영할 자치법규정보시스템에 접속해 자신이 주민임을 증명해야 한다. 이후 자신이 원하는 내용의 조례를 입력하거나 다른 주민이 입력한 내용에 동의 여부를 표시할 수 있다. 주민 인증 방법으로는 일단 공인인증서를 활용하기로 했지만 앞으로 관계 법령을 개정해 다른 수단도 가능토록 할 방침이다.
현재도 주민이 자치단체 조례 제·개정을 청구할 수 있지만 사실상 사문화됐었다. 예를 들어 1999년에 도입된 주민조례개폐청구가 이뤄지면 수천~수만명 이상의 동의서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요건을 갖추기가 어렵다. 서울시의 경우 시 조례를 하나 바꾸려면 올해 기준 총 주민수인 838만 2120명의 1%인 8만 3822명의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자치구 사정은 더 심각하다. 인천 계양구는 주민 27만 2013명의 30분의 1에 해당하는 9068명의 동의를 얻어야 비로소 지방의회에 조례 제정을 요청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1999년부터 2016년까지 주민이 직접 제정 또는 개정을 청구한 조례 건수는 223건에 불과하다. 연평균 13건에 불과한 수준이고 자치단체별로 보면 지난 18년 동안 연 평균 0.9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나마 발의된 것들 중 상당수는 폐기되는 것도 문제다. 발의된 223건 중 116건이 가결되고 74건은 각하 또는 철회·폐기의 수순을 밟았다.
행정안정부의 이번 조치는 지방의회의 전횡을 견제하고 주민이 직접 자치단체 살림에 참여하는 참자치가 이뤄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직접민주주의 강화'를 주민자치 수준에서 먼저 도입했다는 의미도 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진정한 주민자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주민참여의 토대가 마련되어야 하며,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 시스템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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