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와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들이 수확 철을 앞둔 농작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고 있습니다.
한 해 100억 원 넘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 잡아도 잡아도 개체 수가 더 늘고 있다고 합니다.
정치훈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
깊은 밤, CCTV에 멧돼지 한 무리가 포착됩니다.
배고픈 새끼 멧돼지가 어미 멧돼지를 따라 허겁지겁 농작물을 먹어 치웁니다.
여름 끝 무렵 출산한 멧돼지 무리가 민가까지 내려온 겁니다.
산 아래 마을 논을 가보니 벼가 쓰러져 있습니다.
물웅덩이를 만들어 멧돼지가 진흙 목욕을 한 흔적이 있고, 익은 벼 이삭은 고라니가 갉아먹은 탓에 농사를 포기해야 할 상황입니다.
▶ 인터뷰 : 배연수 / 농민
- "저 (수확)해 봐야 뭐 얼마나 되겠습니까? 훑어 봐야 거의 다 먹어버린 상태인데…."
고구마밭도 상황은 마찬가지, 멧돼지 발자국이 발견되고 어김없이 파헤쳐져 있습니다.
채 익지도 않은 고구마를 먹은 흔적이 뚜렷합니다.
▶ 스탠딩 : 정치훈 / 기자
- "이처럼 고구마뿐만 아니라 옥수수와 콩 등 밭작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 애써 키운 밭을 망치고 있습니다."
참다못한 농민들은 지자체 허락을 받아 직접 멧돼지 사냥에 나섰습니다.
▶ 인터뷰 : 이몽룡 / 영광군 민간유해동물피해방지단
- "좁은 농로를 걸어가다 보면 미끄러워서 엎어지기도 하고, 저한테 (멧돼지가) 달려들어서 수로에 빠져서 (다치기도 했습니다.)"
이곳 전남 영광군에서만 지난해 멧돼지 300마리를 잡았지만 올해는 더 늘어난 상황, 전국적으로도 45만여 마리로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9∼10월 본격 수확철이 되면 농작물 피해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MBN뉴스 정치훈입니다. [ pressjeong@mbn.co.kr ]
영상취재 : 최양규 기자
영상편집 : 한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