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하는 '셉테드 디자인'이 최근 들어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서울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과 같이 익숙한 생활공간이 언제든지 나를 노리는 범죄의 공간으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다.
'셉테드(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는 원천적으로 범죄 의지를 꺾이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매일 지나는 동네 골목과 어귀, 오르내리는 계단 등 일상 곳곳에 적용, 범죄 예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팔걸이 벤치
집 앞 근처 공원은 혼자서도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이곳에 종종 팔걸이가 있는 벤치를 찾아볼 수 있다. 앉는 사람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취객이 벤치에 누워 자다가 종종 일어날 수 있는 불미스러운 사고를 미리 차단하기 위한 요소다. 마음 놓고 혼자 동네 공원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배려이기도 하다.
■ 건물 출입구에 위치한 여성 전용 주차장
↑ [사진출처 = 서울시 홈페이지] |
어둡고 폐쇄된 지하주차장은 사각지대가 많아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곳이다. 이곳에도 여성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를 줄이기 위한 배려가 숨어있다. 여성 전용 주차공간은 보통 건물 출입구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주차 후 출입구까지 멀리 돌아가지 않도록 해 범죄의 표적이 되는 일을 줄여준 작은 배려다.
한국인의 '정'의 요소를 더한 범죄 예방 디자인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적이 드물고 어두운 골목길을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사랑방 공간으로 활용한 것이다. 지역사회 커뮤니티가 활발해지면 자연스럽게 '공공의 감시'를 통해 범죄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주민들은 직접 벽화를 그리고 마을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을 보태면서 동네에 대한 애착이 커지게 된다. 지역사회의 유대와 응집력이 커지면서 동네는 활기를 되찾고 범죄 발생률을 줄인 사례가 있다.
■ 중랑구 면목동 '미담'
↑ [사진출처 = 서울시 홈페이지] |
면목동은 '미담'이라는 주제로 범죄 예방 디자인을 설계했다. "내가 사는 동네가 알고 보니 참 좋은 곳이다", "내 주변에 따뜻한 이웃이 살고 있다"라는 자연스러운 인식이 생겨 주민들이 동네에 애착을 가지도록 초점을 맞췄다. 지역주민들이 동네 골목골목의 안전을 살필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면목동을 들어서면 중랑천~면목 시장까지 1.2km 길이의 '미담길'이 펼쳐진다. 이곳에는 서울시가 동네 어르신들에게 들은 미담 사례 15개를 노란 보드판에 설치했다. 미담 보드판에는 1000원 국수, 2000원 백반이 유명해 103세 할머니가 50대 시절부터 이용하셨다는 훈훈한 이야기도 실려있다.
■ 관악구 행운동 '미루카페'
행운동은 서울시에서 여성 비율이 두 번째로 높은 지역이다. 그중 20~30대 1인 여성가구가 절반을 차지한다. 행운동은 여성들의 성범죄 발생 두려움을 없애고자 '안심'이라는 주제로 범죄예방 디자인을 설계했다. 이곳에는 여성들의 커뮤니티 공간과 안전을 책임지는 작전본부 역할을 동시에 하는 '미루카페'가 있다. 동네 네일샵, 헤어샵, 카페 등에 보드판 형식의 안심 담벼락을 설치했다. 주민들은 안심 담벼락에 범죄와 관련된 민원사항이나 안전 정보를 공유한다.
우범지역에 그려진 알록달록한 벽화와 다양한 설치물들은 범죄를 예방하는 대
[디지털뉴스국 윤해리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