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를 다니다보면 보시는 것처럼 지그재그 모양으로 오르게 돼 있는 육교들이 있죠.
일반인들이 다니기도 하지만, 원래는 장애인들을 위해 만든 경사로인데요.
그런데 실제 장애인들이 이용할까요?
노승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장애인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경사로형 육교.
휠체어를 밀고 올라가려는 순간, 앞 다리가 들리고 뒤로 넘어갈 뻔합니다.
아무리 힘을 줘도 도무지 올라갈 수가 없습니다.
내리막길에선 급한 경사에 보호자가 있어도 통제불능입니다.
▶ 인터뷰 : 한상현 / 인천곰두리봉사회 회장
- "여기는 올라갈 수가 없어요. 불가능합니다. 아예."
전동 휠체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시중의 전동 휠체어 중 가장 출력이 세다는 대형 휠체어인데도, 겨우겨우 올라갑니다.
▶ 인터뷰 : 정태만 / 지체장애인
- "경사가 가팔라서 뒤로 넘어질까 봐 몸을 앞으로 숙이고 올라오느라고 힘들었습니다. 무용지물이죠."
▶ 스탠딩 : 노승환 / 기자
- "관련법상 육교의 기울기는 바닥 길이 12m당 높이는 1m씩만 올라가게 돼 있습니다. 최대한 완만하게 만들라는 뜻인데, 실제 그렇게 돼 있는지 제가 직접 한 번 측정해보겠습니다."
경사로의 높이는 2m48cm.
경사로의 바닥길이가 27m이니까 바닥 대 높이 비율은 10.9대 1, 12대 1 규정에 거의 일치합니다.
애초에 규격 자체가 현실과 안 맞는 겁니다.
이런 '엉터리' 육교 때문에 장애인들은 가장 가까운 횡단보보로 돌아가려면 일반인도 10분 이상 걸어야 하는 600m 거리를 지나가야 합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이런 설치 기준이 도대체 어떤 근거에서 나왔는지 제대로 설명 조차 못합니다.
▶ 인터뷰(☎) : 보건복지부 관계자
- "글쎄요. 저도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까 이게 1998년부터 이렇게 된 건데…. "
이런 비현실적인 장애인 육교는 근처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예산은 예산대로 낭비되고, 장애인은 장애인대로 불편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MBN뉴스 노승환입니다. [ todif77@mbn.co.kr ]
영상취재 : 문진웅 기자
영상편집 : 박찬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