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 한 판에 3천원대까지 떨어졌지만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무한정 재고로 쌓아둘 수 없는 신선식품이라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하는 경우도 있어요"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위축된 소비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계란값이 바닥을 모른 채 연일 하락하고 있습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1만원대까지 올랐던 가격이 1년전 수준으로 대폭 인하했는데도 손님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기간 보관이 어려운 신선식품인 탓에 재고가 쌓이는 것을 놔둘 수 없는 일부 소매상들은 30개들이 한판을 3천원대에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 8일 청주시 상당구 탑동 아파트 단지 인근의 한 슈퍼마켓은 계란(대란) 한판 가격을 3천980원으로 내렸습니다. 1개당 133원짜리 계란이 등장한 것입니다.
가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에 계란을 진열했지만, 구매하는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가게 주인 A(51)씨는 "재고가 쌓여 가격을 대폭 낮춰 출하하는 농장이 많다"면서 "산지 가격도 내려갔고, 찾는 사람도 거의 없어 1년 전 가격으로 팔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A씨에 따르면 대란 한판 3천980원은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 이전의 가격입니다.
상당구의 한 농협 하나로마트는 계란 한판을 4천950원에 팔았던 할인 행사를 2주 더 연장했습니다.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당초 일시적인 행사로 마련한 할인 판매였는데, 산지 가격이 떨어져서 당분간 계속 싸게 판매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계란 유통상들도 계란 소비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자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가격을 더 낮춰 파는 분위기입니다.
서원구의 한 계란 유통점은 이달 초 왕란 한판을 7천원, 특란은 6천500원에 팔았지만, 지난주부터는 500원씩 가격을 낮췄습니다. 대란은 4천∼5천원선에 팔고 있습니다.
이 가게 주인 여모(60)씨는 "작년 이맘때 하루 100판이 나갔다면, 지금은 20판도 못 팔고 있다"면서 "다음 주부터는 500원씩 더 할인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씨는 "공급은 계속되는데 수요가 없어 산지 도매가가 바닥을 치고 있다"면서 "AI가 덮치기 이전인 작년 수준까지 가격이 떨어졌다"고 귀띔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8일 특란 계란 한판의 전국 평균 소매가는 5천784원입니다. 일주일 전보다 6천168원보다 5.5% 가격이 내려갔습니다.
살충제 계란 파문 이전인 지난달 14일 가격(7천595원)과 비교하면 23.8%나 폭락했습니다.
A씨의 말대로 AI가 전국을 휩쓸면서 계란값이 한판에 1만원까지 치솟기 이전인 지난해 이맘때(5천632원) 수준까지 떨어진 것입니다.
서울, 수원, 청주 일부 유통상은 4천원대에 특란 한판을 팔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계란 가격이 계속 하락하는 추세지만, 소비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유통상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흥덕구 가경동에서 계란 판매점을 운영하는 B(62·여)씨는 "살충제 파동 이후 매출은 10분의 1로 줄어 가게 문을 닫게 생겼다"면서 "1달가량 되는 유통기한이 다 돼 폐기하는 계란이 생기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청주시 흥덕구에 사는 정모(38·여)씨는 "농장 조사를 강화했다고는 하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살충제 여파로 인한 소비 위축 심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내달 추석을 앞두고 계란 가격이 소폭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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