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재계는 물론 정부, 정치권에 이어 노동계와도 접촉면을 넓히면서 자타공인 '대표 경제단체'의 입지를 굳히는 모습입니다.
새 정부 출범 초기에는 여권과 불편한 관계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대타'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더니 이제는 "재계와 통(通)하려면 상의를 가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문성현 신임 노사정위원장이 오는 12일 상의를 방문하는 데 이어 이튿날인 13일에는 김주영 한국노총위원장이 대한상의를 찾아 노사정책 현안 등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문 위원장의 경우 지난 6일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했으나 전경련이나 경총보다 앞서 대한상의를 공식 방문하는 것이고, 김 위원장도 아직 다른 경제단체 방문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주노총 간부 출신의 문 위원장과 30년간 한국노총에서 활동했던 김 위원장의 잇단 대한상의 방문은 최근 박용만 회장이 설파하고 있는 '양극화 해소론'과 무관치 않다는 게 재계와 노동계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박 회장은 최근 잇단 공식석상에서 우리 사회가 양극화, 과도한 근로시간, 직업 불안정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면서 상공인들에게 "특정 이익만 대변해서는 안된다"는 주문을 반복, 노동계로부터도 긍정적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는 지난달 말에는 국회를 직접 찾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자유한국당 홍준표·바른정당 이혜훈·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을 잇따라 면담한 데 이어 지난 4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까지 만나면서 정계까지 보폭을 넓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장관급 인사들이 노사정책 현안을 논의하거나 재계와 소통하는 장소로 대한상의를 선택하는 경우도 부쩍 잦아졌습니다.
지난 5일에는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박 회장과 면담했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유통업계 대표 간담회를 상의에서 가졌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취임 이후 무려 5차례나 상의를 공식 방문했습니다.
오는 27일에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대한상의에서 개최하는 최고경영자(CEO) 조찬 간담회의 강연자로 특별 초청됐습니다.
백 장관은 지난달 31일 대한상의에서 박용만 회장 등과 조찬 간담회를 하면서 "경제계의 맏형으로 자리매김해 달라"고 밝혀 대한상의를 명실상부한 '경제계 대표'로 상대하겠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에 참가할 경제인단 구성을 주도한 것을 계기로 재계 대표주자는 누가 뭐래도 대한상의가 됐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중소·중견기업과 대기업을 아우르는 대한상의가 정부와 노동계를 상대로 기업의 주장을 전달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현 정부와 '코드 맞추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내놓고 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