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강릉에서 또래를 집단 폭행한 여고생 등 10대들에게 경찰이 불구속 수사 방침을 바꿔 주범 3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강릉경찰서는 집단 폭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A(17)양 등 3명에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감금과 공동상해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1일 밝혔습니다.
이들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12일 오후 3시께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열린다. 나머지 3명은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방침입니다.
A양 등 6명은 지난 7월 17일 오전 1시께 강릉 경포 해변에서 B(17)양을 주먹과 발로 무차별 폭행했습니다.
폭행은 경포 해변에서 끝나지 않고 오전 5시께 가해자 중 한 명의 자취방에서도 이뤄졌습니다.
B양은 5∼7시간에 걸친 폭행으로 얼굴과 입술이 퉁퉁 붙는 등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습니다.
밤새 가해자들의 폭행에 시달린 B양은 이튿날인 18일에도 양양 남애 해수욕장까지 끌려갔다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은 "남애 해수욕장에 데려간 것도 더 때리기 위한 것이었고, 퉁퉁 부은 얼굴 티가 나게 않게 하려고 비비크림까지 발라줬다"며 "폭행 당한 동생이 수일 전에 또 쓰러졌고 매번 불안감에 떨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A양 등이 평소 어울려 지내던 B양을 무차별 폭행한 이유는 B양이 자신들의 사생활을 이야기하는 등 평소 쌓인 감정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A양 등은 B양을 자취방에 앉혀 놓고 심한 욕설을 퍼부으며 수차례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는 영상을 찍어 단체카톡방에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피해자 가족이 경찰에 제공한 동영상에는 가해자 중 한 명이 피해자를 상대로 욕설과 함께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 "(동영상을) 5분 찍을 거니까 잘못했던 거 다 말해" 등 대답을 강요하며 머뭇거리는 피해자를 때리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주변에 있는 다른 가해자들도 피해자가 겁에 질려 머뭇거리자 숫자를 세며 "빨리 대답하라"고 윽박질렀습니다.
영상 속 피해자는 모자이크 처리돼 흐린 모습이었지만 이미 장시간 폭행이 이뤄진 듯 얼굴이 벌겋게 부어오르고, 머리가 헝클어진 모습이었습니다.
경찰은 "무차별 집단 폭행에 그치지 않고 폭행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카톡방에 올리는 등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사회적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범행에 적극적 가담자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앞서 피해자 가족에 의해 공개된 폭행 영상
그러나 사건 발생 두 달이 지나도록 폭행 영상 존재조차 몰랐던 경찰로서는 부실 수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경찰은 가해자 6명 중 구속영장이 신청된 주범 중 1명을 두 달여 만인 지난 5일에야 임의 동행해 조사하는 등 늑장·뒷북 수사라는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