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내건 검찰개혁의 핵심 공약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신설하기 위한 정부법안 초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공수처 설치는 국회의결을 통해 법률로 제정해야하는만큼 아직 많은 단계를 남겨두고 있지만, 법무부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 서울대 교수)로부터 권고받은 이번 안은 기존에 의원 발의에서 논의됐던 안보다 권한이 세고 규모도 커 '슈퍼 공수처'라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는 고위 공직자와 판·검사, 국회의원 등의 비리 수사를 전담하는 공수처 신설 권고안을 발표했다.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의 각종 직무 범죄에 수사권과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가진 독립기구다. 수사 대상에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회의원,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대법관·헌법재판관, 광역지방단체장과 교육감 등 주요 헌법기관장 등이 포함됐다.
정무직 공무원과 고위공무원단, 판·검사와 경무관급 이상 고위직 경찰, 장성급 장교도 수사 대상이다. 현직이 아니어도 퇴임 후 3년 미만의 공직자는 수사를 받는다.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형제자매까지도 대상에 들어간다.
수사 대상은 뇌물수수 알선수재 정치자금 부정수수 외에도 공갈 강요 직권남용 직무유기 선거관여는 물론 국정원의 정치 관여, 비밀 누설 등 고위 공직 업무 전반과 관련한 범죄가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기구 공식명칭을 종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바꾸기로 했다.
특히 이번 권고안은 기존 의원 발의안에 비해서 인력을 대폭 늘린 게 특징이다. 공수처장과 차장 외에 30~50명의 검사, 50~70명의 수사관 등 최대 122명의 수사인력을 둘 수 있다. 앞서 국회에 계류된 3건의 공수처 법안 중 가장 많은 검사 수를 규정한 박범계·이용주 의원 안보다 두배 이상 많은 숫자이다. 현재 검찰 일선 지검과 비교해도 광역시나 재경지검급 규모에 해당한다. 한인섭 위원장은 "일반 검찰은 검사 뒤에 행정인력 등 모든 부분을 뒷받침하는 인력이 있는데 공수처는 검사와 수사관이 모두해야 한다"며 "대법원까지의 공소유지 과정에서도 50명은 있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고안의 또 한가지 특징은 수사에서 '우선 관할권'을 갖는다는 점이다. 한 위원장은 "수사를 독점하는 전속적 관할권이 아닌 우선 관할권, 상대적 우선권을 가진다"고 밝혔다. 이어 "공수처 수사 대상을 공수처만 수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검찰과 경찰도 고위직 범죄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 수사기관끼리 적극 경쟁을 유도하자는게 이 법안의 주요 특색"이라고 말했다. 같은 범죄에 대해 공수처와 검찰이 동시에 수사할 때는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하도록 되어 있지만, 검찰의 상당부분 진행돼있는 상황이라면 검찰이 계속해서 수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개혁위는 수사권을 두고 충돌하는 경우를 대비해 조정기구를 운영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개혁위는 또 모든 검사와 경무관급 이상 경찰공무원에 대한 수사는 모두 공수처가 하도록 한다고 발표했다. 한 위원장은 "모든 검사의 범죄는 공수처에서 수사하고, 공수처 검사의 범죄는 일반 검찰에서 수사한다"고 밝혔다. 개혁위 위원으로 참석한 김진 변호사(45·사법연수원 28기)는 "열심히 수사하는데도 '제식구 감싸기' 논란이 일었던 수사기관의 신뢰를 보장해줄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권고안에는 공수처 '견제장치'도 포함했다. 먼저 공수처장과 차장의 임기는 3년으로 중임할 수 없다. 추천위가 법조 경력 15년 이상이거나 변호사 자격을 가진 법학교수 중에서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은 1명을 지명하고, 인사청문회를 거쳐 처장으로 임명된다. 추천위는 7명으로 당연직인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과 국회 추천 인사 4명으로 구성된다.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의 추천을 거쳐 임명되는데 임기 6년으로 연임할 수 있다. 인사위는 공수처 소속 3명외에 국회의장이 추천한 변호사 저격이 없는 사람 3명, 법무부 장관 추천 검사, 법원행정처장 추천 판사,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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