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권정생 작가 사망 원인, 의료과실로 밝혀져 '충격'…항생제 투여·설명 의무 다하지 않아

'몽실언니' 권정생 작가 사망 원인, 의료과실로 밝혀져 '충격'…항생제 투여·설명 의무 다하지 않아


결핵으로 오랜 기간 투병하다 숨진 것으로 알려진 동화작가 권정생씨의 사망 원인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대구지방법원 민사부(재판장 이윤호)는 지난 7월 14일 권정생씨의 동생 권정(76)씨가 대구가톨릭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병원 측은 원고 권씨에게 5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병원이 권씨에 대해 방광조영촬영술을 시행함에 앞서 사전검사를 하고 예방적 항생제를 투여했어야 함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권씨가 균에 감염됐고, 그로 인해 패혈증이 진행돼 사망에 이르렀다"고 했습니다.

병원 쪽의 의료과실로 권정생씨가 사망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고인이 방광적출술 및 요관루조성술을 받고 40년간 관을 삽입하고 있던, 신장 기능 저하를 앓고 있는 고령의 환자였으므로 감염 또는 손상에 취약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어 "방광조영촬영술을 실시하기에 앞서 사전검사를 하고 예방적 차원에서 항생제를 투여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습니다.

또 재판부는 "피고(병원)가 고인에게 '방광조영촬영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감염이 발생할 수 있고, 패혈증에 이를 수 있는 등 위험성이 있다'고 설명할 의무가 있었지만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권정생씨는 2007년 5월16일 대구가톨릭병원 비뇨기과에서 방광조영촬영술을 받은 바 있습니다.

요도를 통해 관을 삽입한 뒤 조영제를 주입해 방광과 요로 상태를 검사하는 시술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술 도중 혈뇨가 발생했고 응급실로 이송된 권씨는 다음날 오후 세상을 떴습니다.

그는 1966년 신장결핵 진단을 받고 오른쪽 신장을 적출하는 등 오랜 기간 투병하면서 병원의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대구가톨릭병원 관계자는 "법원이 의료 과실로 보기보다는 설명 의무 위반을 지적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방광조영촬영술은 부작용이 적어 예방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고인은 고령이고 면역력도 떨어진 상태여서 감염이 나타난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병원 측은 항소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유가족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항소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권정생은 아동문학가로 1937년 일본에서 태어나 광복 직후 경북 청송으로 귀국했지만 가난 때문에 가족들과 헤어져 힘겹게 생활했습니다.

1969년 단편동화 <강아지 똥>을 발표하여 월간 <기독교교육>의 제1회 아동문학상을 받으며 동화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했습니다.

197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무명저고리와 엄마>가 당선됐고, 1975년 제1회 한국아동문학상을 받았습니다.

1984년부터 교회 뒤편의 빌뱅이언덕 밑에 작은 흙집을 짓고 혼자 살면서 작품 생활을 했습니다.

저서로는 동화에 <강아지 똥> <사과나무밭 달님> <하느님의 눈물> <몽실언니> <점득이네> <밥데기 죽데기> <무명저고리와 엄마> <또야 너구리가 기운 바지를 입었어요> <깜둥바가지 아줌마> 등과 시집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수필집 <오물덩이처럼 뒹굴면서> 등이 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