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스스로 치욕적인 역사를 미화하고 왜곡한 상징물이 버젓이 설치된 곳이 곳곳에 있습니다.
이번엔 100년 전 우리나라를 침략하려다 인천 앞바다에서 침몰한 러시아 군함 얘기인데요.
러시아와의 우호증진을 위한다는 미명아래 떡하니 추모비까지 세워져 있는 현장, 노승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영웅적인 희생 100주년을 기념한다.'
1905년 러일전쟁에서 일본군과 싸우다 인천 앞바다에서 침몰한 러시아 '바리야크' 군함과 그 장병을 기리는 러일전쟁 100주년 추모비입니다.
교과서에도 나오지만, 러일전쟁은 러시아와 일본이 서로 우리나라를 침탈하려다 충돌한 전쟁.
▶ 스탠딩 : 노승환 / 기자
- "침략군이나 다름없던 100년 전 러시아군을 자칫 식민지가 될 뻔했던 우리나라가 영웅으로 치켜세우는 셈입니다. 이와 관련된 잘못된 역사왜곡은 또 있었습니다."
지난 2010년 11월, 러일전쟁 당시 바리야크함 깃발을 보관해오던 인천시가 이를 러시아에 대여해주면서 정부와 함께 대대적인 기념행사까지 열어줬습니다.
러시아는 제국주의 역사의 상징이던 바리야크함 깃발 대여에 대한 감사표시로 2013년 당시 송영길 인천시장에게 훈장까지 수여했습니다.
당시 정부와 인천시가 내세웠던 명분은 한·러 우호관계 증진.
하지만, 자기 나라를 침략하려던 타국의 군대를 추모하는 건 상식 밖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 인터뷰 : 추모비 방문객
- "일본에게 (한국 지배권을) 뺏기기 싫어서 러시아가 침략해 들어와 우리나라를 먹으려고(식민지화하려고) 했던 건데…."
▶ 인터뷰 : 이광호 /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
- "95년에 (서울에서) 조선총독부 건물이 철거됐는데요. 그 앞에 추모비를 세워서 일본을 기리는 것과 똑같은…."
'미래지향적 관계' 설정이라는 미명 아래 바로잡아야할 역사 왜곡 현장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MBN뉴스 노승환입니다. [ todif77@mbn.co.kr ]
영상취재 : 문진웅 기자
영상편집 : 전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