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똥' '몽실언니' 등 동화로 유명한 아동 문학가 고 권정생(사망 당시 70)씨가 장기간 앓은 결핵이 아닌 병원 의료과실로 숨진 사실이 법원 판결로 뒤늦게 드러났다.
대구지법 민사12단독 이윤호 부장판사는 권씨 동생이 대구가톨릭대학교 병원이 소속된 학교법인 선목학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권씨에게 방광조영촬영술을 시행하기 전에 사전 검사를 하고 예방적 항생제를 투여했어야 함에도 이런 조처를 하지 않은 잘못으로 권씨가 균에 감염됐고 그로 인해 패혈증으로 진행해 사망에 이르게 된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 "방광조영촬영술 과정에 감염 가능성과 이에 따른 패혈증 위험성에 관한 설명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 측 소멸시효 주장에 대해서도 "병원 의료진 잘못으로 인해 망인이 사망하였음을 안 때로부터 3년이 지난 후에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기 때문에 손해배상 채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피고가 주장하지만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 손을 들어줬다.
1심 선고 결과는 피고 측이 항소하지 않아 최종 확정됐다.
권정생 작가는 작고 보잘것없는 사물과 힘겨운 인간의 삶을 보듬는 따뜻하고 진솔한 글로 어린이는 물론 성인 독자들로부터도 폭넓게 사랑받았다.
193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그는 광복 직후 귀국한 뒤 1967년 경북 안동시에 정착해 무소유의 삶을 살았다.
그가 남긴 동화는 '강아지 똥', '몽실언니' 외에도 '사과나무밭 달님', '하느님의 눈물', '점득이네', '오소리네 집 꽃밭' 등이 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