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애견이 애견 카페에서 같이 생활하던 시베리안 허스키에게 물려죽자 '망치'를 들고 소동을 부리던 개주인이 경찰에 연행됐다 풀려났다.
해당 견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랑하는 애견이 애견카페에서 도살 당했다'는 글을 올렸고 카페주인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견주 요구가 무리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애견 카페의 관리 부실 책임이 있는 건 분명하지만 "내 개를 죽인 개도 죽여야겠다"고 나선 견주 행동도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22일 매일경제가 노원경찰서에 확인한 결과 견주 A씨는 망치를 들고 노원구 소재 한 애견카페에서 소동을 부리다 현장에서 연행됐다.
현장에 출동한 노원역지구대 관계자에 말에 따르면 "견주가 둔기를 소지하고 있던 데다 욕설과 고성을 내질러 애견카페 직원들이 공포에 떨고 있었던 상태"라며 "현장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연행했다"고 설명했다.
마흔을 바라보는 평범한 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견주 A씨는 지난 21일 올린 게시글을 통해 "사랑하는 반려견이 애견 호텔에서 무참히 도살당했다"고 토로했다. A씨가 함께 올린 지난달 28일자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시베리안 허스키 성견이 소형견 3마리와 한 공간에 있다가 그 중 한 마리를 물어 죽이는 모습이 담겼다. A씨는 "유산으로 너무 힘들어하는 집사람을 위로하기 위해 입양한 반려견이었다"며 "(반려견이) 아장아장 걷는 모습과 첫 뜀박질을 보고, 딱딱 사료 씹는 소리를 들으면서 아내 상처가 아물어 가는 듯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사고 이후 업체 행태에 대해서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업체에서 바로 사고 사실을 알리지 않은 데다 업체 사장이 단순한 사고이니 개 값을 물어주겠다고만 했다"며 "개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을 이용해서 관련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이야기해서는 안 되는 거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업체 측 역시 SNS에 해명글을 올리며 맞섰다. 업체 측은 "견주가 허스키 주인분들도 오셔서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지만 '무조건 허스키도 죽여야 한다'고 말했다"며 "위로금을 받으시고 허스키는 죽이지 않으면 안 되겠냐고 했더니 안 된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해당 게시글이 화제 속에 해당 애견카페 관리 부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애초 대형견과 소형견을 따로 분리해 관리하는게 맞았다는 지적이다. 기자가 서울 종로구의 한 애견 호텔을 찾아 자문을 구한 한 애견 전문가는 "허스키의 경우 위계질서가 강한 편이라 소형견을 곁에 두면 자칫 이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최근 대형견을 목줄 없이 풀어놨다가 행인을 물어 견주가 구속되기도 했는데 해당 업체가 안일하게 대응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해당 업체가 선임한 변호사에게 매일경제가 관리 부실 책임을 지적하자 "업주도 관리부실 책임 통감하고 있다"며 "사과하고 적정 위로금을 제시했는데 상대견을 죽이라고 주장해 선택옵션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견주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죽은 애견을 다시 살려낼 수도 없는 상황에서 견주가 무조건 대형견을 죽여야 한다고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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