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병 뒹굴고 오물 뒤덮이고…' 술판에 빼앗긴 어린이 공원

【 앵커멘트 】
도심 속 아이들이 뛰어노는 어린이 공원에서 노숙인들이 잠을 자거나 심지어 매일같이 술판을 벌이고 있습니다.
정작 공원의 주인이 돼야 할 아이들은 제대로 뛰어놀지도 못하고 마음을 졸인 채 밖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재호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
경기도 수원의 한 어린이 공원입니다.

벤치는 노숙인들이 누워 자는 침대가 돼버렸고, 주변에는 먹다 버린 술병이 나뒹굽니다.

한쪽에서는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이 이른 아침부터 술판을 벌입니다.

「- "여기가 아이들이 뛰어노는 공간인데, 술을 드시고 그러면…."
- "갈 겁니다. 술은 다 마셨고요. 야 빨리 내려놔. 뭘 눈치 보고 있니 XX야."」

▶ 스탠딩 : 이재호 / 기자
- "놀이터 구석에서는 이렇게 용변을 본 흔적까지 있습니다. 파리가 꼬일 정도로 악취도 심합니다."

▶ 인터뷰 : 인근 주민
- "욕도 하고 싸움도 하고 애들이 있건 없건 상관없어요. 자는 사람 병으로 머리를 때려서 깨진 일도 있었고…."

경기도 군포의 또 다른 어린이 공원.

대낮이지만 상자를 깔고 잠을 자는가 하면, 동네 어르신들도 모여 앉아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도 피웁니다.

담배꽁초와 술병이 널브러진 곳에서 뛰어놀 수밖에 없는 아이들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 인터뷰 : 초등학교 4학년
- "어른들이 술을 먹고 소리지르는 게 무서워요."

경기도에 설치된 어린이 공원만 1천800여 곳.

「흡연을 하거나 소란을 피우면 과태료 부과 등 행정 처분이 가능하지만, 단순히 술을 마시거나 잠을 자는 것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제재방안이 없습니다.」

▶ 인터뷰(☎) : 지자체 관계자
- "소란을 피우는 행위가 과태료 부과 대상이거든요. 저희 법에는 음주만으로서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가 없어요."

관련 법규정이 현실을 쫓아가지 못하면서 아이들이 뛰어놀 곳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MBN뉴스 이재호입니다. [ jay8166@mbn.co.kr ]

영상취재 : 이준희 VJ
영상편집 : 박찬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