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세계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텀블러'에 접속 후 몇 가지 검색어를 넣고 검색 버튼을 누르자 화장실·침실 등에서 몰래 찍은 것으로 보이는 아동 포르노 영상들과 함께 'ㄹㄹ영상'을 판매한다는 광고 글들이 무수하게 나타났다. 'ㄹㄹ(로리)'이란 소아성애를 가리키는 '로리타 컴플렉스'의 줄임말로 결국 아동 포르노를 판매한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영상의 종류까지 나눠가며 각종 메신저 아이디만을 적어놓고 버젓이 불법 영상을 판매하고 있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아동 포르노(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를 영리목적으로 판매·대여·배포·제공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단순 배포·제공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또 아동 포르노임을 알면서 배포하지 않고 소지만 해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텀블러' 안에선 이런 처벌과 법규정 따위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10개가 넘는 계정에 게시글을 복사해 올려놓은 한 판매자는 "나이는 6세부터 13세까지로 서양 것이 국산보다 많고 직접적인 성관계 영상은 3만 원짜리부터 들어있다"며 "15만원 어치를 한꺼번에 구매하면 영상 230개를 주겠다"고 뻔뻔스럽게 홍보했다. 아동 포르노 뿐아니다. '몰래카메라'(이하 몰카) 로 찍은 여성들의 신체부위 사진들도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 경찰대가 불구속 입건한 지하철 선릉역 '몰카범' 송모씨(26)도 서울 지하철에서 여성들 치마 속을 촬영한 영상 17개를 '텀블러'에 올렸던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텀블러는 2007년 서비스를 시작해 2013년 야후에 인수된 SNS로 전 세계 1억 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텀블러가 별도 성인 인증절차 없이 이메일 주소와 나이만 입력하고 익명으로 가입할 수 있어 국내에서 '불법 음란물 천국'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가입 시 입력하는 나이도 인증절차조차 없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텀블러가 '야동(음란물)·몰카 검색기'로 통하고 있다.
경기 평택시 소재 중학교에 재학 중인 김 모군(15)은 "스마트폰 텀블러 앱으로 간편하게 야동 볼 수 있는 건 알만한 애들은 다 안다"면서 "작년 재작년 만해도 잘 몰랐는데 이제 30%~40% 이상은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25일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텀블러에 올라온 게시글 중 시정요구를 받은 '성매매·음란' 정보는 9477건이었으나 1년 만인 지난해 4만7480건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인터넷 사이트가 받은 시정요구의 절반이 넘는 58% 수준이다. 올해 6월까지의 통계에서도 전체 3만200건 가운데 74%에 해당하는 2만2468건이 텀블러에 대한 시정요구로 나타나 압도적인 비율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텀블러를 통한 불법 음란물 유통이 급속히 확산되자 방심위는 지난 8월 텀블러에 메일을 보내 '불법 콘텐츠 대응 협력'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텀블러 측은 "텀블러는 미국 법률에 의해 규제되는 미국 회사"라며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아 관할권이나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방심위는 지난 2012년부터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 사업자들과 '자율심의협력시스템'을 구성한 뒤 2015년부터는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해외사업자와도 아동포르노·마약·성매매·장기매매·자살 등 명백한 불법정보 차단에 협력하고 있다. 방심위가 사업자에게 자율규제를 요청하면 사업자가 직접 정보를 삭제하거나 사용자 계정을 정지하는 등 조치를 취하는 것인데 텀블러는 이를 거부한 셈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임형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