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기업에 요구해 받은 돈을 보수단체에 대주고 친정부 시위 등을 조장한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혐의에 국가정보원도 관여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해 수사에 나섰다.
11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의 자택과 퇴직경찰관 모임인 대한민국재향경우회(이하 '경우회') 사무실, 구재태 전 경우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 밖에도 경우회의 자회사인 경안흥업, 애국단체총협의회, 월드피스자유연합 사무실 등 모두 9곳에 수사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이 화이트리스트 수사와 관련해 국정원 간부와 경우회를 압수수색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검찰은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과 보수단체 등을 압수수색했다. 또 이승철 전 전경련 상근부회장과 삼성 현대차 SK LG 등 지원금을 조성하는 데 관련된 대기업 임원 등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국정원 간부 등이 직접 대기업을 압박해 특정 단체에 거액의 돈을 제공하게 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이날 박근혜 정부 시절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개입 혐의와 관련해 연제욱·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을 불러 조사했다. 두 사람은 18대 대선과 총선을 전후해 사이버사 대원들이 여론 조작 활동을 펼치도록 지시·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전담 수사팀은 소환 조사에 앞서 이날 오전 두 전직 사령관의 자택에서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또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의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육군 중장 출신인 임 전 실장은 2011∼2013년 정책실장으로 일했다. 임 전 실장은 사이버사 댓글공작 활동을 보고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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