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기소)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기업인과 공직자들에게 관용을 베풀어 달라고 요구했다.
16일 법정에서 처음 본인 육성으로 입장을 밝힌 박 전 대통령은 본인의 재판에 대해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며 뇌물수수 등 혐의를 또다시 전면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도 구속영장 추가 발부에 반발해 일괄 사퇴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박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 80회 공판이 열렸다. 지난 13일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처음 진행된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은 "구속돼 주4회 재판을 받은 지난 6개월은 참담하고 비통한 시간이었다"며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상상조차 하지 못할 배신으로 돌아왔고, 이로 인해 저는 모든 명예와 삶을 잃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저를 믿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던 공직자와 기업인들이 피고인으로 전락해 재판 받는 것을 지켜보는 게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며 "모든 책임은 저에게 묻고 저로 인해 법정에 선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에게는 관용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속기한 연장에 대해서는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박 전 대통령은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 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혔으면 한다"며 "이 사건의 역사적 멍에와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롯데, SK뿐만 아니라 재임 기간 그 누구로부터도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다"며 대통령 재직때부터 유지해온 '무죄' 입장을 거듭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변호인단 일괄사임 소식을 전하면서 사실상 재판 보이콧 의사를 밝혔다. 그는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다시 구속수사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저는 받아들일 수 없고, 저와 변호인단은 무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유영하 변호사(55·사법연수원 24기)도 "사법역사의 치욕적인 흑역사가 될 것"이라고 재판부를 성토한 뒤 "저희 변호인들은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과 피를 토하는 심정을 억누르며 살기(殺氣) 가득한 이 법정에 피고인 홀로 두고 떠난다"고 밝
이에 대해 검찰은 "적법한 절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변호인단을 사임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재판부 역시 공판 서두와 말미에 "구속영장 추가 발부가 피고인에 대한 유죄를 예단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고 거듭 강조하며 변호인 사임을 재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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