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재판 불출석…재판부 "국선변호사 선임 착수"

19일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기소)은 본인의 변호인단이 총사퇴한 뒤 처음 열린 재판에 불출석했다. 향후 재판 보이콧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담당 재판부는 국선변호인 선임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61·구속기소) 등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뇌물혐의 등 81회 공판에 박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변호인 사임의사 철회가 없고 새 변호인 선임계도 내지 않고 피고인은 출석도 안했다"며 "국선변호인 선정을 늦출 수 없어 직권으로 선정 절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선정될 국선변호인이 기록을 복사하고 사건을 파악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공판을 할 수 있게 되면 박 전 대통령의 새로운 기일을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서울중앙지법에서 활동하는 국선변호사 중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을 지정해야 한다. 하지만 국선변호인이 지정되더라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심리는 당분간 표류가 불가피해 보인다. 수사·공판기록만 10만 페이지가 넘는 상황에서 국선변호인이 이 사건을 파악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또 박 전 대통령이 국선변호인의 접견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어 둘 간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변호인단 중 유영하 변호사(55·사법연수원 24기)에게만 접견을 허용했던 그가 일면식도 없는 국선변호인을 만나려 하지 않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박 전 대통령이 향후 법정에 계속 나오지 않을 경우다. 물론 강제구인을 할 수도 있고 국선변호인만 선임되면 박 전 대통령 없이도 재판 진행은 가능하다. 다만 박 전 대통령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국선변호인에게 제대로 된 변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만약 국선변호인이 추가 증인 신청을 철회하거나 부동의 했던 증거들을 동의할 수 있지만 이럴 경우 박 전 대통령 측에서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는 등의 여론전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이 재판부에게는 부담이다.
한편 이날 최 씨는 북한에 억류됐다 미국에 송환된 직후 사망한 오토 웜비어를 본인에 빗대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외부인 접견 막고 한 평 되는 방에서 CCTV를 설치해 감시하고 화장실도 다 열려 있는 등 어려운 시간을 감내하며 재판에 임해왔다"며 “제가 지금 약으로 버티는데, 정신 고문이 있었다면 웜비어와 같은 사망 상태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19일 구속기한이 만료되는 최 씨가 재판부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보려는 의도로 발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채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