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일부터 4일까지 진로직업체험박람회가 열린다. 어떤 행사인가.
▶2017 진로직업체험박람회의 시작은 2013년 '전문대학 엑스포'란 이름으로 열린 행사로 볼 수 있다. 초·중·고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미래와 꿈을 경험하고 준비할 수 있는 체험의 장을 마련해 주고 전문대학 구성원들에겐 직업교육에 대한 자부심을 새겨주고 국민들에겐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알리는 일종의 교육마당이었다. 이후 좀 더 도움이 되는 박람회로 발돋음하기 위해 '진로직업체험박람회'로 공식 행사명을 바꿨고, 올해부터는 진로직업체험박람회를 권역별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권역별로 행사를 개최하는 이유는 보다 많은 대학들이 지역사회에 밀착한 행사를 기획해 그 지역 학생들이 박람회를 수월하게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난 7월 대구에서 개막한 진로직업체험박람회(영남권)는 전시와 체험 등 다양한 콘텐츠로 학생들과 지역민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참여 대학의 홍보도 이루어졌지만 직업탐구와 직업체험, 진로상담 등이 주를 이루어서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찾고 미래 직업을 직간접으로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이번에는 11월 2일부터 4일까지 전국권 행사로 진행된다.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와 경기도교육청의 공동주최로 박람회를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에는 카자흐스탄 전문대학협의회 회장 및 관계자가 한국의 선진 고등직업교육을 체험하기 위해 참석하기로 했다. 또 교육계 관계자들도 대거 박람회장을 찾을 예정이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이 진로직업체험박람회의 공공적 성격이라는 점이다. 정부와 교육청에서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적극 지원해야 하는 공익행사임에는 두 말할 여지가 없다. 특히 초중고 학생들에게 내실 있는 진로체험학습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전국의 여러 대학들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공공교육 차원에서 행사가 기획된 만큼 적절한 정부 예산 지원이 함께 이루어지면 보다 많은 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다채로운 진로·직업체험의 마당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전문대학들은 정부 지원과는 상관없이 이 진로직업체험박람회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우리 사회에서 전문대학만큼 진로직업체험을 제대로 제공해 줄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에 하나의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안민석 의원의 국감자료에서 볼 수 있듯이, 일반대학을 졸업한 후 전문대학에 다시 입학하는 이른바 '유턴입학' 지원자와 등록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2017학년도 전문대학 입시 결과를 분석해 보니, 유턴입학 지원자가 7,412명으로 2014학년도 4,984명에 비해 49%나 증가했다.
이 중 실제 등록생은 1,453명으로 2014학년도(1,283명)에 비해 13%가 많아졌다. 사실 유턴입학 증가세는 장기적인 불황에 따른 청년 취업문제의 심각성과 일자리와 교육의 미스매치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지표라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산업현장에서 요청하는 교육내용을 일반대학에서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다른 한편으로 유턴 입학생 증가는 고등직업교육기관인 전문대학이 전문직업인을 꾸준히 양성해 높은 취업률을 보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문대학이 일반대학에 비해 취업의 우위를 확실히 지키고 있는 것이다. 전문대학 유턴 입학생이 가장 선호하는 학과인 간호학과와 유아교육과, 물리치료과 등 상위 5개 학과만을 기준으로 본다면 그 격차는 더욱 확연하다 이들 학과의 2015년 평균 취업률은 80.4%로 일반대학에 비해 훨씬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결국 취업과 일자리 문제가 우리 시대와 교육의 화두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대학 유턴입학이 매우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사회적 현상은 아니다. 가계에서 교육비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턴현상은 실패할 수 있는 기회 혹은 새로운 도전이라고 긍정적으로 포장하기에는 손실이 너무나 크다. 더구나 이 문제의 원인 중에 전문대학과 일반대학 간 서열이나 위계라는 왜곡된 고등교육체제가 있다면 이는 반드시 개선해야 할 과제다. 처음부터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전공이 있는 대학에 진학하고 그 속에서 전문직업인으로서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면, 쉽고 빠른 길을 두고서 먼 길 돌아가는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이 직렬구조가 아닌 병렬구조로 자리매김 되는 고등교육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청년 취업난이 지속되고 일자리와 고등교육이 긴밀하게 매칭되지 않는다면 유턴현상엔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워주는 거품을 뺀 진로·진학지도와 직업교육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를 놓고 전 세계가 일자리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가령 단순 일자리들은 모두 로봇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비해 직업교육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교육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여는 근간이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 나갈 인재를 기르는 것 그리고 이를 지속적으로 견인할 동력과 완성할 수 있는 힘은 바로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교육을 통해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면 기술 발전은 물론 사회 혁신도 이루지 못한다. 이것이 선진국들이 교육 혁신에 주력하는 이유다. 교육 혁신이 4차 산업혁명의 시발점이라면 종착점은 일자리다. 이렇듯 교육과 일자리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사람을 위한 혁명이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내는 혁명이기도 하다. 한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가 정책목표 1순위에 일자리를 놓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미래엔 단순노동이 감소하고 창의 융합적인 업무가 늘어나면서 일자리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불균형을 해소할 열쇠도 교육이 가지고 있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생겨나는 것이 혁신의 본질이다. 따라서 생겨날 일자리에 대비한 교육의 설계는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정해진 정답을 찾는 교육의 틀을 깨고 생각을 키우면서 능동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인력을 기르는 것이 관건이다.
다보스포럼에서 제기된 미래에 필요한 역량 10가지는 복잡한 문제해결, 비판적 사고, 독창성, 사람관리, 다른 사람과의 협력, 감성 지능, 판단 및 의사결정, 서비스 방향, 협상, 인지적 유연성이다. 이는 기계나 인공지능과는 차별되는 인간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이다. 결국 새로운 교육을 통해 인간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새로운 교육의 첫 걸음은 질문으로 시작해서 질문으로 끝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또한 소수 엘리트 중심주의의 교육 틀을 혁신하고 '가르치는 교육보다 배우는 교육 (less teaching, more learning)'으로 전환되야 한다. 이제는 교육과 인재 양성이 사람의 가치를 존중하고 사람다운 삶을 실현하는 방향에 가치를 두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한국의 전문대학들도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시기인데
▶지금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변화의 물결을 마주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융합과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은 사회 전반에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 혁명이다. 이를 위해선 고등교육기관이 이론과 연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일자리 교육으로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 최근 급속한 기술 변화로 고등직업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는데, 현장 기반의 탄력적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한 전문대학이 일자리 교육의 핵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런데 고용시장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1학년 때 배운 교육이 2학년 때는 쓸모없게 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이에 4년 8학기, 2년 4학기 등과 같은 경직된 학제에서 탈피하여 3개월 또는 1년 과정의 '마이크로 칼리지(Micro College)'가 등장하고 있다. 실제 미국의 다빈치연구소는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 학사학위(Micro Degree)'를 수여하는 3개월 과정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의 전문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현재 교육부에서는 평생직업교육 활성화를 위한 국정과제로 '직업교육 마스터플랜'과 '한국형 나노디그리(nano degree)'를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런 방향의 중심에도 전문대학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전문대학은 주문식교육, 산업체위탁교육, 평생교육, 현장밀착형교육, 사회교육, 지역민을 위한 강좌 등 다양한 장단기 교육과정을 운영한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새로운 시대 변화를 선도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능동적으로 맞이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이제는 전문대학을 직업교육대학으로 전환하는 것이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는 첩경이라고 본다. 교육체제의 다양성과 탄력성을 부여하여 고등직업교육 학위 체제를 수업연한이 아닌 교육과정 이수학점에 따라 학위의 수준을 결정하는 정책도 제안하고자 한다. 성인들이 현장에서 습득한 직무능력을 포함한 선행경험을 평가하여 정규과정의 학점으로 인정하자는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이와 같이 고등교육은 '직업능력'을 키우는 교육으로 대학의 학과 구성, 교육내용과 방법에 일대 혁신을 가져와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바라는 것은 초·중·고 학생들이 정말 재밌게 보고 듣고 느끼는 체험을 충분히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이 막연하게 꿈꾸던 진로나 적성이 있다면 그 꿈을 구체화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 자신의 진로 특히 대학의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간판이나 이름이 아닌 자신의 적성과 흥미다. 학부모들도 자녀들의 적성과 흥미가 어디에 있는지 함께 확인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더불어 자녀들의 진로를 어떻게 설계하는 것이 진정 자녀들이 위한 길인지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어 갈 수 있길 바란다. 더불어 변화된 시대와 변화된 고등직업교육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달라진 전문대학이 있다는 사실도 인식했으면 좋겠다. 학력이나 학벌 중심의 사회에서 능력중심사회로 무게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직업교육이 고등교육의 중심축을 이루어야 선진화된 사회를 앞당길 수 있는 동시에 학생과 학부모님들 모두 흥미와 적성을 무시한 입시 위주의 과열된 경쟁에서 벗어나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터닝 포인트가 되었으면 한다. 진로직업체험박람회를 꼼꼼하게 둘러보면 이러한 사실들을 몸소 느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사회가 선진화되면서 독일의 마이스터 같은 제도에도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제도를 육성하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마이스터는 독일만의 독특한 기술·기능인력 양성제도다. 이는 직업에 필요한 공부를 하고, 실기과정을 이수하고, 정규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 부여하는 명칭이기도 하다. 보통은 독일의 전체적인 직업교육 제도를 일컫는 말로 통용되고 있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일학습병행제'가 한국형 도제제도로 진행되고 있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아직 일반인들 속으로 폭넓게 확산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일학습병행제는 도제제도처럼 기업이 취업 희망자를 채용한 뒤 이론과 실무를 함께 배울 수 있도록 교육과 일을 함께 진행하는 교육훈련제도다.
일학습병행제의 목적은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실무형 인재를 기르는 것이다. 교육기관이 주도하는 교과중심의 직업교육훈련으로는 기업에서 필요한 실질적인 업무능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학습병행제는 취업을 원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기업 현장에서 장기간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한편, 훈련을 마친 사람의 역량을 국가나 해당 산업계가 평가하여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일학습병행제는 자격연계형과 학위연계형이 있는데, 자격연계형은 일과 학습을 병행한 뒤 국가 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한 자격을 얻는 방식이고, 학위연계형은 일하면서 학위를 취득하는 방식이다. 향후 일학습병행제는 한국의 경직된 직업교육의 지평을 확대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직업교육기관의 중심에는 전문대학이 있어야 가장 성공적인 모델케이스가 산출된다고 확신한다.
독일식 마이스터와 비슷한 한국의 교육분야로는 특성화고를 거론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한 분야의 전문가로 일해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지지한다. 다만 이후 자기 분야에서 장인이 되기 위해 더 숙련된 기술을 얻기 위한 실습과 공부가 이뤄져야 한다면 '특성화고 + 전문대학(관련 전공)'으로 이뤄지는 직업교육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전문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단연코 고등직업교육의 중심 역할을 계속 해나가는 것이다. 전문대학은 출범 순간부터 산업 수요에 부합하는 직업교육을 표방해 왔고, 현재도 또 미래에도 변함이 없다. 사실 전문대학의 위상이나 경쟁력이 높아졌다거나 낮아졌다고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전문대학은 변함없이 그리고 꾸준히 그 시대와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사회가 필요로 하고 학생들이 원하는 분야의 학습을 시켰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실이다. 전문대학은 수많은 위기와 변화 속에서도 전문직업인을 배출하여 사회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것이다.
현재 직업교육은 국민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방편이자 계층 간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따라서 국민들과 학생들이 실무교육과 평생직업교육을 통해 건실한 사회일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전문대학의 역할이 우리 사회의 공적 아젠다로 부각됐으면 한다. 이러한 직업교육과 평생교육을 통해 계층이동이 활발한 사회구조가 만들어지는 직업교육이 기회의 문으로 제대로 작동하길 바란다. 전문대학은 이러한 사명감을 가지고 공공의 성격에 부합하
■ <용어설명>
▷ 직업교육 마스터플랜 :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맞춤형 평생교육 강화
▷ 나노디그리(nano degree) : 기업과 산업현장이 요구하는 기능인력·기술인력을 단기교육을 통해 양성하는 과정
[이윤재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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