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재심 사건을 다른 검사에게 넘기라는 검찰 상부 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로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받은 임은정 검사가 징계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징계처분을 받은 지 4년 8개월 만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31일 서울북부지검 소속인 임 검사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다른 검사에게 사건을 넘기라는) 이 사건 공판2부장의 직무이전 명령은 위법하므로 이를 따르지 않았더라도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상급자의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상황에서 검사의 직무를 다른 검사에게 이전하기 위해서는 검찰청의 장(長)의 구체적·개별적 위임이나 직무 이전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정한 위임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 소속이던 2012년 12월 반공임시특별법 위반 혐의로 징역 15년이 확정된 고 윤길중 진보당 간사의 유족이 청구한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구형했다.
당시 임 검사는 내부 논의에서 무죄 구형을 주장했지만, 검찰 상부는 '법원이 적절히 선고해 달라'는 이른바 '백지 구형'을 하라고 지시했다.
임 검사가 이를 거부하자 당시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장은 사건을 다른 검사에게 넘겼다. 그러나 임 검사는 이에 따르지 않고 재판 당일 다른 검사가 법정에 들어오지 못하게 출입문을 걸어 잠근 뒤 무죄 구형을 강행했다.
이후 대검 감찰본부로부터 징계 청구를 받은 법무부가 2013년 2월 정직 4월 처분을 내리자 임 검사가 반발해 소송을 냈다.
하급심은 임 검사의 징계사유가 상부의 백지구형 지시를 어긴 것으로 보고, 이 지시가 정당했는지를 살펴 징계의 정당성 여부를 따졌다.
1심은 "백지구형 지시를 거부하고 무죄구형을 강행한 것은 징계사유에는 해당하지만, 정직 4개월 처분은 과하다"며 징계를 취소하라고 판단했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공소사실에 관해 그 죄에 상응하는 형에 관해 의견을 진술할 법적인 의무와 책임이 있으므로, 검사로서 의견을 진술하지 말라고 하는 백지구형은 적법한 지시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임 검사의 징계사유를 두고 하급심과 다른 판단을 내놨다.
백지구형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사건을 다른 검사에게 넘기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것이 징계사유에 해당하며 그 사유가 타당한지를 가려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도 사건을 넘기라는 지시 자체
임 검사는 대법원 선고 직후 "날이 밝았으니 편하게 판결을 기다릴 수 있었다"며 "검사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용기를 내야 하는 불행한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