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체류 중인 난민도 장애인 복지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31일 부산고법 행정1부(김형천 부장판사)는 파키스탄 출신 난민 미르 군(10)이 부산 사상구를 상대로 낸 '장애인 등록거부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1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부산 사상구가 미르 군의 장애인 등록을 거부한 것은 위법이기 때문에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권단체 '이주민과 함께'에 따르면 미르 군은 2015년 4월 우리나라 정부에서 난민 인정을 받은 아버지의 초청을 받아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입국했다.
파키스탄에서 분리독립 운동을 한 발로치스탄 민족인 미르 군 아버지는 온갖 박해와 차별을 피해 2009년 우리나라에 입국한 뒤 소송 끝에 2014년 난민 인정을 받았다.
미르 군과 나머지 가족도 입국한 지 두 달 만인 2015년 6월 난민 지위를 얻었고 뇌병변 장애(1급)가 있는 미르 군은 부산 사상구에 있는 장애인 특수학교에 입학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평지에서도 걷다가 자주 넘어지는 미르 군을 가파른 언덕과 터널을 지나야 하는 스쿨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줄 사람이 없어 사흘 만에 등교를 포기했다. 아버지는 한국에 오기 전 파키스탄 정부군에게 끌려가 고문당한 후유증으로 팔을 쓸 수 없고 당시 임신 중인 어머니는 유산 우려로 외출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활동 보조인 지원 서비스를 받으려고 사상구에 장애인 등록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장애인복지법상 난민은 장애인 등록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주민과 함께' 등 전국 21개 인권단체 등이 지난해 6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공식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1년 가까이 학습유예 신청을 하고 집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미르 군은 올해 2월 법무법인 태평양의 도움을 받아 소송을 제기했다.
부산지법은 올해 6월 장애인복지법을 거론하며 "한정된 국가 재정을 고려해 난민 장애인 아동에게 복지 서비스 지원을 배제한 것은 평등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상구의 손을 들어줬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보건복지부는 곧바로 난민도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도록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추진하는 동시에 민간단체와 협력해 미르 군의 등교를 도와줄 자원봉사자를 보내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이 언제 개정될지도 모르고 자원봉사자도 배치되지 않아 미르 군은 결국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난민법은 난민으로 인정돼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사회
이에 대해 부산 사상구는 "판결문을 받는 대로 법리검토를 거쳐 상고할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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