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는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
본래 핼러윈은 아일랜드 켈트족이 죽음의 신에게 지내던 제사에서 유래됐다. 영미와 유럽 등에서 매년 10월 마지막 날(31일)에 악령이 해를 끼치지 못하게 스스로 귀신으로 변장하는 풍습이 오늘날의 축제로 발전한 것이다. 하지만 국내로 넘어온 핼러윈은 코스튬을 내세운 유흥 문화로 자리잡으면서 그 의미가 퇴색됐다는 것.
↑ 핼로윈을 맞아 다양한 코스튬 의상으로 분장한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왔다. 이 중에는 특정 직업군의 복장을 선정적으로 묘사해 성적 대상화했다는 지적이 또다시 제기됐다. [사진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및 인스타그램 캡처] |
이중에는 보는이들을 불편하게 하는 의상을 입은 사람들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꽉 끼는 짧은 유니폼, 망사스타킹에 가터벨트, 가슴이 깊게 파인 옷은 물론 간호사 유니폼, 경찰 제복, 수녀복 심지어는 학생 교복을 차용한 자극적인 의상들은 특정 직업군들을 성적 대상으로 묘사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이들이 찾는 장소는 그들만의 광란의 놀이터로 변한다.
이태원과 홍대 인근 클럽 등에서는 성추행 시비와 폭행 등의 사건이 평소 대비 급증했다.
경찰 지구대에 따르면 지난 27일 이태원 일대의 유동인구는 20만 명으로 평소 금요일 밤의 2.5배 가까이 증가했다. 핼러윈데이를 앞둔 주말에는 평소 보다 2배 이상의 사건·사고가 접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말에 홍대를 방문한 대학생 김 모씨(23·여)는 "친구들과 함께 지나고 있는데 프랑켄슈타인 분장을 한 남성이 갑자기 껴앉아 놀라 소리쳤다"면서 "불쾌감을 느껴 항의했더니 핼러윈 장난이었다고 해명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술에 취한 채 길거리에서 고성방가를 지르거나 행패를 부려 경찰에 연행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핼러윈을 빙자한 바가지 영업도 곳곳에서 발견돼 눈살을 찌푸렸다.
이태원과 홍대 일부 매장의 경우 기존 보다 술과 음식 가격을 2배 이상 올린 메뉴판을 내놓았다. 심지어는 입장료를 받거나 코스프레를 하지 않으면 입장을 거부하는 식당도 있었다.
이태원의 한 술집을 방문한 이 모씨(32·남)는 "원래는 입장료가 없던 곳인데 이번 주말에는 인 당 3만원 씩 입장료를 받아 당황했다"면서 "들어가서는 또 술과 음식을 별도로 팔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는 상업적인 면이 부각되면서 단순한 파티와 분장, 유흥 등에만 치중하는 분위기로 본래 의미를 되새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 파티 문화를 넘어 과소비를 조장하고 서로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얘기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에서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소비 문화의 측면이 강해졌다"면서 "파티를 즐기려는 소비자들을 점점 더 자극적인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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