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청주시장 직위 상실…귀국 비행기 탑승 중 대법 선고
통합 청주시 초대시장으로 당선됐던 이승훈 시장이 9일 오전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돼 시장직을 상실, 끝내 불명예 퇴진했습니다.
선거 기획사로부터 비용을 면제받는 방법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작년 2월 불구속 기소된 지 1년 10개월 만입니다.
이 시장은 지난 6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총회에서 국제기록유산센터 유치에 성공, 개가를 올렸지만 불과 사흘 뒤인 9일 시장직 상실을 통보받았습니다. 마지막 파리 출장에서 '천당'과 '지옥'을 경험한 셈입니다.
공교롭게도 대법원이 확정 판결을 내린 9일 오전은 이 시장이 귀국하는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던 때입니다.
누구보다도 대법원 판결이 궁금했을 이 시장과 그를 수행한 시청 공무원들은 오후 4시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에야 낙마 소식을 접할 것으로 보입니다.
민선 출범 이후 청주시에서는 시장이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으며 낙마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청주시는 이 시장이 상고심에서 기사회생해 명예를 회복, 시정 운영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으나 대법원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장 오는 10일부터 열흘간 청주 옛 연초제조창 일원에서 열리는 젓가락 페스티벌부터 시장 없이 치러지게 됐습니다.
시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선정된 한중일 동아시아 문화도시(청주 제외 11개 도시)를 초청하는 등 이번 페스티벌을 계기로 젓가락 문화를 세계적 문화자원으로 발전시키겠다고 구상했으나 그 성과가 불투명해지게 됐습니다.
내년 10월 개최되는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의 국비 확보 여부도 미지수입니다.
이 페스티벌은 국제행사로 승인됐지만 국비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국비 확보에 실패할 경우 행사 규모를 줄이거나 자체 예산으로 충당해야 하는 청주시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청주시는 지난 9월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협조를 요청한 데 이어 국회 논의 단계에서 예산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으나 시장이 공석이 된 상황에서 힘이 부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올해 들어 비위·일탈행위가 부쩍 많이 터져 나온 상황에서 시장 공석이 자칫 더 큰 공직기강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청주시의 한 관계자는 "몰카 사건에 속칭 보도방 운영까지 불미스러운 일이 이어졌는데, 시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비위·일탈행위가 다시 고개를 들까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부시장인 이범석 시장 권한대행은 이날 대법원 확정 판결 직후 간부회의를 소집, 시정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공직자 개개인이 현안사업 정상 추진에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황영호 시의회 의장도 이날 의원총회를 소집, 시장
황 의장은 오는 13∼17일 청주시 자매도시인 중국 우한시를 교류 차원에서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이 일정도 취소했습니다.
그는 "시정 운영과 관련, 청주시와 긴밀히 협력할 사안이 많을 수 있어 중국 방문을 부득이 취소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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