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칠 때 답안 작성을 않고 자고 있길래 깨웠더니, OMR 카드 이름적는 란이 어디인지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교사 A씨)
"'쉿'이라는 말이라도 통하면 다행입니다. 자율학습 시간에 복도에서 떠들고 돌아다녀도 통제할 방법도 없어요"(교사 B씨)
자율형사립고의 정원미달 사태가 이어지면서 일부 학교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수입'해오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대다수의 대학교에서 재정 안정화와 수업의 세계화를 위해 유학생을 받아들이고 있는만큼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한국어를 사실상 못하는 학생을 데려와서 면학 분위기만 흐리고 있다는 교육현장의 우려 또한 적지 않다. 특히 일선 학교에서 유학생들을 데려오는 과정에서 '한국 유명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는 과장 광고까지 하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의 자율형사립고인 K고등학교의 경우 이번 학기부터 베이징 신차오 고교에서 12명의 학생을 입학(전학)시켜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학교 안팎에서는 “학생들이 한국어를 전혀 못해 수업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 대부분을 엎드려 자며 시간을 보내는가 하면, 휴대전화를 몰래 꺼내 보는것이 일상이라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교 역시 학생들에게 정상적인 수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 4일 입학한 학생들이 수업에 들어간 것이 일주일 뒤인 11일이다. 그러나 국어·사회·과학 시간의 경우는 수업을 전혀 알아듣지 못해 도서관에 자습을 보냈다. 이후 지난달 26일부터 모든 수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수업을 받지 못하는 상황은 계속됐다.
이 학생들이 제대로 수업을 듣는 것은 오직 모든 일과가 마친 후인 '방과 후 수업' 때 뿐이다. 국어와 영어위주로 진행되는 수업에만 참여하고 사실상 '반쪽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학생들이 입학할 당시 경희대 등 국내 유명 대학에 바로 입학할 수 있다고 안내받고 왔다는 것이다. 실제 매일경제가 경희고, 경희대, 입학 이라는 키워드로 중국 포털을 검색한 결과, '직승(直昇·바로 승급한다는 뜻)한국경희대학반'이라는 이름으로 광고하고 있는 유학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번에 K고로 전학온 학생들이 원래 소속됐다고 알려진 베이징신차오고등학교 역시 80% 이상의 학생이 한국내 10위권 내의 카이스트,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경희대, 이화여대에 입학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일정 수준의 한국어 능력만 갖추면 재외국민 전형으로 대학 입학이 용이한 것은 사실이지만 고등학교는 실제 대학의 학생선발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K고 교장은 "이들 학생은 중국에서부터 한국어를 공부하고 왔기 때문에 한국어를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입학전형도 정식 공고를 거치고 중국측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학생들로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학교가 면학분위기를 흐트리고, 과대광고까지 해가며 외국 학생들을 데려오는 것은 자사고의 정원미달사태때문이라는 분석이다. K고의 A교사는 "학교에서 계속되는 정원미달과 학생들 전학으로 긴축 재정을 걱정하고 있다"며 "학생들을 소개해주는 유학원 관계자가 학교를 줄기차게 드나드는 사실을 학교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가 최근 자사고·외국어고에 부정적인 정책을 잇따라 시행하고, 학생 수마저 줄어들면서 이들 학교는 지속적인 경쟁률 하락을 겪고 있다. K고 역시 2014학년도 이래로 계속해서 정원이 미달돼 추첨으로 추가 학생을 선발했으며, 서울지역내에서 학생을 모집하는 자사고 22개교 중 정원이 미달된 학교는 5개에 달한다.
외고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날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9일까지 원서접수를 마감한 경기지역 8개 외고(경기·고양·과천·김포·동두천·성남·수원·안양) 2018학년도 신입생 모집은 전체 1400명
다.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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