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에서 뇌물을 수수하고 협회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 전 보좌진 등 관련자 3명이 10일 모두 구속되면서 이를 지시·묵인하거나 보고받은 윗선이 있었는지를 밝히는 데로 수사가 확대될 전망이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19대 국회에서 전병헌 의원실 비서관을 지낸 윤모씨와 김모씨, 자금세탁 브로커 배모씨 등 3명을 이날 오후부터 차례로 불러 구속 후 첫 조사를 벌이고 있다.
법원은 이날 새벽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도망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면서 3명의 구속영장을 모두 발부했다.
앞서 검찰은 이들에게 업무상 횡령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자금세탁) 등 혐의를 적용했다.
특히 윤씨에게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추가로 적용돼 이 사건이 정치권과 기업이 얽힌 뇌물 수사임을 분명히 했다.
윤씨 등 3명은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서 각각 2600여만원을 수수한 적이 있다고 횡령 사실 일부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윤씨가 당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미방위) 소속 위원인 전 수석의 보좌진이라는 직무상 지위를 이용해 2015년 4월 방송 재승인 심사를 앞둔 롯데홈쇼핑이 같은 해 7월 e스포츠협회에 후원금을 내도록 요구한 것으로 본다.
검찰은 e스포츠협회가 용역 계약 명목으로 한 대행업체에 1억1000만원을 보내고, 다른 업체가 이 업체와 다시 위장계약을 맺어 대금을 받은 뒤 윤씨 등에게 돈을 빼돌린 것으로 파악한다.
다만 뇌물 혐의가 적용된 윤씨는 방송 재승인 결정이 나고 3개월 뒤인 2015년 7월에 후원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대가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씨 등의 구속으로 검찰의 뇌물 혐의 수사는 윤씨를 넘어 전 수석에게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관측이다.
검찰은 일단 롯데 측이 윤씨를 보고 3억원의 후원금을 냈다고 영장 범죄사실에 적시했지만, 롯데 측이 의원 비서관인 윤씨만 보고 거액을 출연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게 법조계의 다수 시각이다.
전 수석은 후원금 출연 당시 방송 재승인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를 담당하는 국회 미방위원이었고, e스포츠협회의 명예회장이었다.
향후 검찰 수사는 윤씨 등의 횡령액 1억1천만원이 어디로 귀착됐는지, 롯데 측의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등을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검찰은 윤씨 등의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전까지 "현 단계에서 수사 대상은 3명이고, 다른 대상자는 언급할 내용이 없다"며 수사 확대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껴왔다.
롯데 측도 '뇌물 공여자'로서 뇌물 혐의 수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은 앞서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2015년 4월 재승인을 앞두고 윤 전 비서관 외에 전 수석도 만난 적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경과에 따라 강 전 사장을 넘어 롯데그룹 정책본부 고위 관계자 등 그룹 최고위급을
유력 의원실과 교감한 뒤 수억원대 후원금을 출연한 과정을 계열사 대표가 독단적으로 결정했다고 볼 여지가 적기 때문이다. 그룹 '윗선'에서 계열사인 롯데홈쇼핑의 후원금 출연 등을 알고 승인했는지, 대가성을 인식했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수 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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