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는 그나마 안전한 대피소로도 가지 못하고 집에서 머무는 독거 노인들도 많습니다.
몸이 아파서 이동이 불편하거나 정든 집을 떠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강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진앙과 가까운 포항 흥해읍의 한 마을입니다.
팔십 평생을 이 마을에 산 조동춘 할아버지의 집은 여전히 지진과 싸우고 있습니다.
찢어진 벽지 사이로 흙가루가 쏟아지는가 하면, 또 다른 벽은 손만 대도 무너질 듯 위태롭습니다.
▶ 인터뷰 : 조동춘 / 83세
- "심장이 약해서 심장수술까지 했거든. 약간만 소리가 나거나 바람만 세게 불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게"
최선악 할머니 역시 하루하루를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여진이 올 때마다 눈을 꼭 감고 공포를 참을 뿐, 다리가 아파 움직일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최선악 / 86세
- "밖에 나가고 싶어도 몸이 말이 안 들으니…이왕 죽을 것 같으면 집에 있다가 죽지."
이처럼 진앙 근처인 흥해읍에 사는 독거노인 380여 명 중 270명은 집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특히, 이들 중 연탄을 사용하는 저소득층 노인들은 지진에 깨진 연탄을 보상 받지 못해, 추위까지도 견뎌내야 합니다.
▶ 인터뷰 : 조정삼 / 연탄 피해 노인
- "정부보조금으로 둘이서 사는데 빡빡하거든요. 겨울은 나야 하니까 빚이라도 내서 연탄 사서 떼야죠."
집을 떠나지 못한 채 지진 공포는 물론 추위와도 맞닥뜨려야 하는 독거 노인들에 대한 보살핌이 절실합니다.
MBN뉴스 강진우입니다.
영상취재: 진은석 기자
영상편집: 한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