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13억 인구 중 약 5억 명이 화장실이 없는 집에서 산다. 이들은 별도의 화장실 없이 수풀 속이나 길가에서 볼일을 본다.
유니세프(유엔아동구호기금) 조사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2015년 5억2300만 명이 야외에서 볼일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적으로 약 9억 명이 야외에서 볼일을 보는데 인도가 그중 60%를 차지하는 것이다.
야외 배설이 주요 원인인 전염병으로 연간 5세 이하 어린이 약 12만 명이 사망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물론 기업들도 화장실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깨끗한 인도'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다.
가장 큰 이유의 하나는 힌두교의 가르침 때문이다. 힌두교 교리에서는 "정(淨)한 것과 부정(不淨)한 것"에 대한 관념이 매우 강하다. 물리적인 청결, 불결과는 다른 개념이다. 신성시하는 소의 똥은 부정한 것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종교의식이나 일상생활에서 연료로 애용된다.
반면 사람의 배설물과 땀은 부정한 것으로 간주한다. 하층민도 부정한 것으로 간주된다. 고대 인도의 경전에는 "대소변에 사용한 물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해 취임한 모디 총리는 2019년까지 야외 배설을 없앤다는 "클린 인디아" 캠페인을 시작했다. 인도에서 일반적인 재래식 변기를 중심으로 1억2000만 가구에 화장실 신설을 목표로 하는 캠페인이다. 빈곤가정에는 1만2000루피(약 20만 원)를 지원해 준다.
인도 정부의 이같은 캠페인으로 지난 3년간 약 5800만 개의 화장실이 만들어졌지만, 뜻밖에도 화장실을 만들어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농촌 지역의 화장실 보급을 가로막는 요인은 상하수도 미정비다. 주부 칼라바티(45)씨는 "화장실 정화조가 배설물로 가득 찰까 봐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발도상국의 물과 화장실 문제를 다루는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하는 나슈 쿠말은 "정부는 상하수도 보급을 먼저 추진했어야 했다"면서 "변기를 늘리더라도 야외 배설을 없앨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도에는 카스트 계급의 최하층민이 화장실 청소를 담당하고 있다. 배설물을 처리하는 사람을 고용하는 건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공중위생은 정부의 몫이지만 카스트 제도를 연구해온 시노다 다카시 대동문화대학 교수는 "배설물 처리를 정부가 담당하는 데 대해 '이 화장실은 우리가 청소하고 보수를 받는다'는 의식을 가진 사람들의 끈질긴 반발이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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