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때와 달라지지 않은 해경…최초 접수시간도 오락가락

세월호 침몰 사건 때 우왕좌왕했던 해경이 더 작은 선박 추돌 사건에서도 같은 모습을 연출해 세월호 학습효과를 벌써 잊은 것은 아닌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기본적인 신고 접수 시간 조차 사건 이틀째가 돼서야 제대로 수정이 됐다.
인천 영흥도 해상 낚싯배 전복 사건을 수사중인 인천해양경찰서는 4일 오후 "최초 신고 접수 시간이 3일 오전 6시 5분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낚싯배를 들이 받은 급유선 명진 15호 선장이 VHF 무선통신을 이용해 오전 6시 5분 인천 해상교통관제센터(VTS)로 전화했고, 인천 VTS가 곧바로 인천해경 상황실로 전파했다는 근거를 들었다.
당시 대화는 영흥대교 남방에서 급유선과 어선이 충돌해 2명이 추락했다는 내용이었다. 현장 출동 지시도 명진15호 선장이 112로 전화(오전 6시 9분)를 하기 전인 오전 6시 6분 이미 내려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지점과 가장 가까운 영흥파출소와 경비정(P-12정)에 현장 이동을 지시한 것.
그러나 전날 해경은 112 신고가 접수된 육·해경 통합신고처리시스템의 최초 접수 시간이 오전 6시 9분이란 점을 근거로 이 시각이 최초 신고 접수 시간이라고 밝혔다.
사고 이틀만에 최최 사건 접수 시간을 수정한 배경에 대해 인천해경은 "오늘 상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인천VTS와 명진 15호가 (사고 당시) 교신을 했고 인천해경에서 영흥파출소와 경비정(P-12정)에 이동 지시한 것을 확인했다"며 "인천VTS와 명진호간 교신 내용이 통합신고처리시스템에 접수된 신고 내용과 같아 신고접수시간을 오전 6시9분에서 오전 6시 5분으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급유선 선장이 오전 6시 5분과 오전 6시 9분 신고한 내용이 같았고, 모두 인천해경에 전달됐기 때문에 동일 사건인지 하루가 지나 알았다는 해경 측 설명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해경이 최고 신고 접수 시간을 앞당김에 따라 구조 인력 도착 시간도 그만큼 늦어지게 됐다. 최초 사고 해역에 도착한 영흥파출소 고속단정의 경우 33분이 아닌 37분만에, 수중 수색이 가능한 평택구조대와 인천구조대 역시 각 각 72분과 91분이 걸려 현장에 도착한 셈이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해경이 혼란과 불신을 주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인천해경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출동시간이 더 길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인지가 늦어진 사항을 숨김없이 발표한다는 취지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이 뿐만 아니라 해경은 사고 이틀째지만 급유선과 낚싯배가 충돌해 떠내려온 지점에 대한 수로 정보는 알면서도 정확한 사고 시각과 추돌 지점의 협수로 정보는 제공하지 못해 눈총을 사고 있다.
한편, 인천해양경찰서는 이날 오후 명진15호 선장 전모씨(37)와 갑판원 김모씨(46)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3일 오전 6시 5분께 인천 영흥대교 남방 3.6km 해상에서 낚시어선 선창1호(9.77t)가 충돌 범위에 들어온 사실을 알면서도 변침, 감속 등 충돌 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급유선과 충돌한 낚싯배는 전복돼 배안에 타고 있던 22명 가운데 1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지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