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전화를 걸어 경찰서를 발칵 뒤집어 놨던 협박범을 마주한 경찰관들은 허탈한 한숨을 쉬었습니다.
공중전화로 무시무시한 협박 전화를 건 범인이 천진난만한 얼굴의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였기 때문입니다.
테러범을 흉내 낸 어린이들의 철없는 장난에 경찰과 소방관들이 비지땀을 흘리는 일은 잊을 만하면 일어납니다.
장난일 가능성이 크지만 만약의 가능성을 대비해야 하는 경찰은 총력 대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권력 낭비가 심하지만, 장난임이 밝혀져도 협박범의 나이가 어리면 마땅히 조치할 방법이 없어 현장의 한숨은 커집니다.
지난 5일 오후 7시께, 119 상황실에는 한 통의 전화가 접수됐습니다.
전화 속 목소리는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의 한 아파트 이름을 언급하며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말한 후 전화를 끊었습니다.
장난 전화일 가능성이 커 보였지만, 무시할 수 없는 상황. 경찰 특공대와 형사, 기동대, 소방관에 탐지견까지 50여 명이 해당 아파트와 주변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예상대로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전화 발신지를 조사한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협박 전화를 건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 2명을 붙잡았습니다.
"장난으로 협박 전화를 걸었다"는 자백까지 받았지만, 어린이들이 형사상 처벌 대상이 아닌 만 14세 이하기 때문에 법적 처벌은 없었습니다.
경찰은 결국 아이들과 부모, 담당 교사에게 주의를 시키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지난 7월에는 고양시 롯데백화점 일산점에서 "7월 6일 테러를 할 것이다"라는 쪽지가 고객 소리함에서 발견됐습니다.
삐뚤삐뚤한 글씨에 장난일 가능성이 커 보였지만 경찰특공대와 기동대가 투입됐고, 백화점 영업도 일시 중단됐습니다.
폐쇄회로 분석을 통해 범인을 추적한 경찰은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을 A 군을 붙잡았습니다. 하지만, A군 역시 나이가 어려 법적 처벌은 받지 않았습니다.
성인이라면 협박 전화를 하다 붙잡혔을 때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 관계자는 "어린이의 철없는 장난으로 경찰관 수십 명이 동원되면 정작 중요한 신고에 대응이 늦어질 수도 있다"며 "어린이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도 없어 여러모로 답답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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