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생활비를 대기 위해 그 어렵고 무서운 일을 하면서도 불평 한 번 하지 않던 동생인데…"
지난 9일 경기 용인에서 발생한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로 숨진 근로자 박모(38)씨의 형(40)은 10일 오후 동생의 시신이 안치된 용인 강남병원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습니다.
부산에 사는 박씨의 형은 사고 소식을 접한 전날 곧장 병원으로 달려와 동생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그는 하루가 지난 이날까지도 부친에게 동생의 사망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건강이 좋지 않은 부친이 충격을 견뎌낼지 걱정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박씨의 형은 "부모님의 건강이 나빠 걱정이다. 아버지에게는 말도 꺼내지 못했다"며 "최근까지 입원치료를 받다 퇴원하신 어머니는 사고 소식을 듣고는 충격으로 몸져누워 다시 병원에 입원했다"고 울먹였습니다.
숨진 박씨는 어려운 집안 사정에도 군소리 없이 묵묵히 자기 일을 해온 성실한 아들이었습니다.
타워크레인 설치 일을 시작하게 된 것도 10여 년 전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면서입니다.
가족들의 생활비를 대려고 크레인에 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박씨의 형은 "그 어렵고 무서운 일을 하면서 불평 한 번 하지 않던 동생이었다"며 "집안이 어려워졌을 때도 부모님에게 '군대에 있는 형에게는 알리지 말라'며 형 대신 짐을 짊어진 대견한 동생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약혼자가 있던 동생은 작은 전셋집이라도 장만하려고 결혼을 미루다가 지난해 말 결국 파혼했다"며 "이후에는 일에만 몰두해 전국의 공사현장을 돌다가 용인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연신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는 "힘들게 일하는 것을 알면서도 따뜻한 말 한마디 제대로 해주지 못한 것이 계속 가슴에 남는다. 불평 한마디 없이 묵묵하고 성실하게 살던 동생이 이렇게 간 게 믿어지지 않는다"라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박씨의 형은 이날 오후 중 동생의 시신을 거주지인 부산으로 옮겨 장례를 치르기
지난 9일 오후 1시 10분께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 소재 농수산물 종합유통센터 신축 공사현장에서 건물 34층 높이(85m) 타워크레인이 넘어지는 사고가 났습니다.
이로 인해 75m 높이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7명이 추락해 박씨를 포함한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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