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상황 대비하는 대기시간으로 봐야
아파트 경비원들의 야간휴식도 근무시간으로 인정해야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3일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원 강모씨 등 5명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부에 돌려보냈습니다.
재판부는 "경비원들의 야간 휴게시간은 자유로운 시간으로 보기 어렵고, 혹시 발생할 수 있는 긴급상황에 대비하는 대기시간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아파트에 별도의 휴게장소가 없어 부득이 지하실에서 식사하거나 휴식을 취한 것을 두고 경비원들에게 휴게장소를 제공했다거나 휴게장소의 자유로운 이용을 보장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원심판결은 근무초소 외에 독립된 휴게공간을 제공받았는지, 휴게시간에 자유롭게 수면 등을 취했는지, 휴게시간에 경비 또는 순찰을 지시하거나 근무상황을 감시받았는지 등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파트에서 2교대로 24시간 경비원 근무를 하는 강씨 등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주어지는 야간 휴게시간을 뺀 18시간을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하자 소송을 냈습니다.
이들은 "야간 휴게시간에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경비실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식사를 하면서 대기했던 것이므로 근무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경비원들이 야간 휴게시간을 이용해 자유롭게 쪽잠을 자거나 식사를 해 근무시간으로 볼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1, 2심은 "야간 휴게시간에 순찰업무를 수행한 것은 초과근무에 해당하지만, 나머지 시간은 입주자대표회의의 실질적인 지휘·감독하에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사실상 원고 패소 판결을 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은 강 씨 등이 아파트 측의 실질적 지휘·감독 아래 초과근무를 했다고 볼 수 없어 이 부분에 관해 임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며 "원심 판단은 필요한 심리를 다라지 않았다"며 원고 승소 취지로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파기 환송심에서 원고 승소가 확정되면 강씨 등은 1400만원 상당의 초과 근무수당을 지급받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