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를 때려 숨지게 하고는 "술 마신 후 깨보니 숨을 쉬지 않는다"며 거짓으로 신고한 20대가 구속됐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여자를 어떻게 때립니까"라며 경찰에 스스로 내민 증거물이 범죄를 입증하는 결정적인 열쇠가 됐습니다.
강원 춘천경찰서는 상해치사 혐의로 A(28)씨를 구속했다고 18일 밝혔습니다.
A씨는 지난 9월 6일 춘천시 석사동의 한 원룸에서 동거녀 B(33)씨의 배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A씨는 이날 오전 10시 15분께 "자고 일어나 보니 B씨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도 "전날 밤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신 뒤 자고 일어나 보니 B씨가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자연사로 처리될 뻔했던 이 사건은 B씨에 대한 국과수 부검 결과 '외부 충격에 의한 장간막파열'로 나오면서 강력사건으로 변했습니다.
경찰이 A씨를 추궁하자 그는 "싱크대에 부딪혔을 거다"라는 등 핑계를 대며 범행을 부인했습니다.
A씨는 사건 전날 밤 B씨가 노래하며 춤추는 영상을 보여주며 "이렇게 동영상도 찍을 정도로 사랑하는 여자를 어떻게 때립니까"라며 결백을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이 영상에 나온 B씨의 모습에서 배 부위에 전혀 상처가 없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A씨의 통화 기록 조회 결과 119에 신고하기 전 가족과 지인들에게도 수차례 전화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서울대 법의학연구소에 질의해 외부 충격이 아니고서는 장간막파열이 있을 수 없다는 회신도 받았습니다.
A씨는 폭력 전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B씨가 숨졌을 당시 두 사람 외에 외부인이 아무도 없었고, A씨의 진술에 신뢰가 낮다고 판단해 그를 구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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