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12월 29일 뉴스초점-법원의 내로남불

지난 7월, 서울동부지법 판사가 지하철 안에서 휴대전화로 몰래 여성의 신체를 촬영한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일반 공무원은 성범죄를 저질렀을 때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받지만, 이 판사는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 고작 감봉 4개월로 처리됐습니다.

만약 일반인이라면 어떻게 처리가 될까요?
지난 10월 건물 화장실에서 여성을 촬영한 20대 남성은 징역 5개월을, 지난 13일 화장실에서 친구의 아내를 촬영한 30대는 징역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참 다르죠.
더욱이 몰카 범죄를 저지른 판사가 현역 국회의원의 아들인 게 알려지면서, 누구보다 더 엄격해야 할 우리나라 고위층의 도덕 불감증이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근데 사실, 이것도 그렇게 낯설질 않습니다.
게임업체 넥슨의 공짜주식 120억 원에, 고급 승용차 등을 받은 진경준 전 검사장은 친구에게 받았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같은 시기, 배가 고파 슈퍼마켓에 들어가 소시지 17개와 과자 1봉지를 훔친 남성은 징역 8개월을, 킹크랩 2마리를 훔친 사람은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으니까요.

선진국은, 법을 집행하는 사람의 범법행위를 일반인들보다 훨씬 더 엄하게 단죄합니다. 일본에선 판사가 벌금형만 받아도 파면·퇴출할 수 있고 미국도 마찬가집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항소심이 많습니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자기 식구라며 감싸고 도니, 법원의 판결을 믿고 신뢰하지 않는 거죠. 사회 지도층에게는 좀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달라고까지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냥, 만인에게 평등한 법을 좀 보여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