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음란물 사이트 운영 등 범죄에 이용된 가상화폐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9일 나온다. 가상화폐를 몰수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은 지난해 9월 첫 판결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최근 가상화폐 가격이 폭등하면서 '투기 논란'이 일고 있는 데다, 가상화폐를 활용한 범죄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이번 결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가상화폐를 몰수 대상으로 인정할 경우 사법부가 가상화폐의 법적 가치를 인정한 첫 번째 사례가 된다.
수원지방법원 형사합의8부(부장판사 하성원)는 9일 오전 10시 30분 408호 법정에서 불법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안모(34)씨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연다. 이날 법원은 안씨가 사이트 이용자로부터 돈 대신 받은 비트코인이 몰수 대상인지, 압수된 비트코인의 가치를 어떻게 매길지 등에 대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앞선 1심과 마찬가지로 "비트코인도 몰수 대상"이라는 주장을 펼칠 전망이다.
안씨는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까지 음란물 23만5000여 건을 유포하거나 게시해 회원들에게 사이트 사용료 등을 받아 19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로 지난해 5월 구속기소 됐다. 당시 검찰은 부당이득 중 14억 원가량은 현금으로, 나머지 5억 원가량(지난해 4월 17일 기준가)은 216비트코인으로 받은 것으로 보고 현금과 비트코인에 대해 각각 추징과 몰수를 구형했다. 이에 수원지법 형사9단독 반정모 판사는 1심에서 안씨에게 징역 1년 6월과 추징금 3억4000만 원을 선고했다.
1심은 검찰의 비트코인 몰수 구형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 판사는 "비트코인은 현금과는 달리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한 파일의 형태로 돼 있어 몰수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가상화폐가 지닌 경제적 가치를 떠나 몰수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안씨가 보유한 비트코인의 자산 가치는 이전보다 8배 오른 40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는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합법적인 결제수단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법적 근거나 제도, 규제도 없다. 법무부는 지난달 초 가상화폐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가상화폐 거래 전면금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검토안으로 냈다. 당시 부처 간 논의 끝에 법적 근거와 시장 영향을 더 분석하고 대응하자는 방향으로 귀결돼 거래 전면금지 방안은 채택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은 8일부터 11일까지 우리은행, 국민은행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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