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서…친형·이부영 전 의원 등 150여명 참석
오후엔 옛 남영동 대공분실서 헌화…기념사업회 관계자 "지난해보다 방문객 많아"
"정치가 바로 가도록 시민운동이 끝까지 지킬 것을 박종철 열사에게 약속해야 한다."
박종철 열사의 31주기 추모식이 14일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에서 열렸습니다.
민주열사 박종철기념사업회가 주관한 이날 추모식에는 박 열사의 친형인 박종부 씨와 고문치사 사건 축소 조작을 폭로한 이부영 전 의원을 비롯한 사건 관련자 등 15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박 열사의 모교인 서울대와 부산 혜광고 재학생 등도 추모식을 지켜봤습니다.
일부 참석자들은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인 '남영동 대공분실 시민의 품으로'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 조끼를 입고 정부의 빠른 조처를 촉구했습니다.
올해 추모식은 최근 개봉한 영화 '1987'을 계기로 고문치사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많은 취재진이 몰렸으며 일부 언론은 이 같은 추모식 분위기를 전하고자 드론까지 띄워 취재에 나섰습니다.
추모식은 민중의례, 분향 제례, 약력 소개, 추모사, 유가족 인사말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서울대 언어학과 후배가 추모시를 낭송하고 대학 동기 등이 추모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 전 의원은 추모사에서 "1987년 6월 항쟁이 승리한 것처럼 보였으나 정치권이 협상하면서 그 성과는 왜곡 변질됐다"라며 "박종철·이한열 열사 등 수많은 민주열사의 혼백이 엄호하는 가운데 그동안 유예된 6월 항쟁의 개혁이 다시 전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오후 2시 50분께 박 열사가 경찰의 고문을 받다 숨진 서울 용산구 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에서 열린 헌화 행사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옛 대공분실 출입구 앞에서 시민들에게 "저도 1981년 이곳에 왔었고 고문을 심하게 당했다"며 "어두운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공분실을)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오늘 헌화에만 200여명의 시민들이 방문했다"며 "올해는 영화 때문인지 지난해보다 많은 시민이 찾아왔다"고 말했습니다.
이날은 방명록이 가득 찰 정도로 방문객이 많았고, 박 열사가 고문을 받았던 509호 앞에는 헌화하기 위한 시민들로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습니다.
박 열사의 친형 박종부씨와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도 굳은 표정으로 509호에서 헌화했습니다. 시민들 역시 차례대로 박 열사의 사진 앞에 흰 국화를 놓았다. 몇몇 시민들은 헌화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습니다.
시민 김모(47)씨는 "영화 1987을 보고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오게 됐다"며 "영화에서 보던 것보다 더 음산한 것 같다. 가슴 아픈 역사다"라고 말했습니다.
헌화가 끝난 뒤 기념사업회는 인권센터 7층 강당에서 '2017 박종철 장학금 전달식'을 열고 경기도 안산 감골주민회 마을공동체의 청소년 동아리에 장학금을 전달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13일에는 이철성 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
박 열사는 1987년 1월 14일 새벽 관악구 서울대 인근 하숙집 골목에서 경찰에 강제 연행됐습니다. 같은 날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실에서 조사를 받다 고문 끝에 숨졌습니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허위 조사 결과를 발표해 사인을 단순 쇼크사로 위장하려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