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
248번 탑승구역에서 상업시설을 둘러보던 미국인 존 로라보우씨(36)는 "공항 규모와 디자인, 첨단 시스템 등 모든 것이 놀랍고 인상적"이라면서 연신 "엑설런트(아주 좋다)"를 외쳤다.
필리핀 방문 뒤 미국 텍사스로 돌아가기 위해 인천공항을 찾았다는 그는 "필리핀을 출발해 인천공항 1터미널에 도착해 보니 FIDS(운항정보표출스템)에 환승 안내가 잘 돼 있고 이정표도 눈에 잘 띄어 환승터미널(2터미널) 이동이 어렵지 않았다"면서 "새 터미널이 너무 좋아 환승대기 4시간을 시설 구경하는데 쓰고 있다"고 했다.
필리핀 마닐라행 비행기를 기다리던 앤드류 버나디노씨(필리핀·26)도 "2터미널 시설이 매우 깨끗하고 편리한데다 직원들까지 친절해 꼭 다시 오고 싶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18일 개장했다. 터미널은 세계인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순조롭게 비상했다. 우려했던 터미널 오·도착, 시스템 불안정 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첫번째 도착 항공편 부터 운영이 매끄러웠다. 대한항공 KE624편(승객 331명)은 필리핀 마닐라를 출발해 이날 오전 4시 20분 정시 도착했다. 오전 7시 55분 필리핀 마닐라로 떠나려던 대한항공 KT621편은 기내 정리 문제로 10여분 늦게 출발했지만 미탑승 승객은 없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335명 모두 정해진 시간에 탑승해 터미널 오도착으로 인한 비상조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측이 늦게 도착한 고객을 돕기 위해 준비해 둔 '아임 레이트(I'm late)' 카드도 서랍 속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임 레이트' 는 체크인·보안검색 등을 우선 받을 수 있는 카드다.
출발층 중앙을 도배한 셀프 수속 기기는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용자들은 "셀프 체크인 기기, 셀프 백 드롭(자동수하물위탁)을 이용하니 항공사 직원을 볼 일이 없었다"면서 "대면 수속을 위한 대기줄이 없다보니 출국시간도 더 빨리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매일경제가 입국자 1명, 출국자 2명의 협조를 받아 출입국 소요 시간을 확인한 결과 출입국 시간은 1터미널과 비교해 더 빠른 것으로 확인됐다.
오전 4시 43분 입국수속에 들어간 구자봉씨(54·서울)는 5시 1분까지 짐을 찾고 세관 신고까지 마쳐 18분이 소요됐다. 오전 6시 후반대와 오전 8시대에 출국 수속을 밟은 2명은 각 각 36분과 30분이 걸려 평균 33분이 소요됐다. 이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권고하는 출국 60분, 입국 45분의 절반에 불과하고, 1터미널(출국 40분·입국 30분 내외) 보다 7~12분 빠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2터미널 승객의 90% 이상을 처리하는 대한항공의 유연한 대처가 아쉬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출발장 카운터 8개 구역 중 7개 구역을 사용하는 대한항공은 출도착 편이 몰리는 피크시간대에도 카운터를 탄력적으로 열지 않아 구역별 대기줄이 들쭉 날쭉했다. 오전 7시 55분에 출발하는 첫 출발편 카운터도 오전 6시 10분에 열어 대기줄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출국장 중앙에 셀프 수속 기기를 대거 배치한 만큼 대한항공이 30%에 불과한 셀프 수속자를 더 늘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수준(60%)으로 셀프 수속 여객을 늘린다면 출국 수속 피로도가 확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동조했다.
종이 없는 세관신고가 개장 첫날 부터 시행되지 않은 점도 '옥의 티'다. 인천세관 관계자는 "모바일 신고 시스템은 3월 중 본격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글로벌 브랜드가 대거 입점한 면세구역은 체험과 시연이 가능한 플래그십 매장에 발길이 몰리면서 종일 훈훈했다.
롯데면세점이 249번 게이트 주변 316㎡(96평)에 만든 발렌타인·로얄살루트·헤네시·조니워커·KT&G 릴·필립모리스 아이코스 플리그십 매장은 사람이 부딪칠 정도였다. 신라면세점 '샤넬' 플래그십 매장은 출장자를 위한 가벼운 화장(Touch Up), 허니문 커플을 위한 클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가장 우려했던 터미널 오도착, 시스템상의 문제 등이 발견되지 않아 첫 개장은 성공적인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안정화 단계로 볼 수 있는 3월 중순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터미널 운영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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