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결정을 받고 간통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 3년이 지난 지금, 이혼이 급증하리라던 당초의 우려는 빗나갔습니다. 연평균 4만 건을 훌쩍 넘었던 이혼소송 건수는 1년 뒤인 2016년, 오히려 3만7천 건으로 줄었거든요.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가 적반하장으로 이혼을 요구하는 건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죠.
대신,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를 상대로 한 피해 배우자의 손해배상 민사소송은 훨씬 늘었다고 합니다. 간통이 더는 형사법상 죄가 아니니, 민사소송만이 유일한 구제수단이 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유일한 구제수단이라면 그 몫을 제대로 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서울중앙지법이 간통죄 폐지 후 1년간 불륜 배우자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 판결문을 분석해봤더니, 피해 배우자에게 지급된 위자료 액수는 1천만~1천5백만 원 정도. 결혼생활을 송두리째 앗아간 것 치곤 너무 적죠. 형법상 죄가 아니니 처벌을 할 수 없고 피해를 당한 배우자들은 위자료라도 받기 위해 자구책으로 암암리에 간통조사를 하다가 되려 입건되기까지 하니, 이쯤 되면 과연 누구를 위한 간통죄 폐지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간통죄가 없는 외국에선 피해 배우자에게 정신적인 피해에 대한 위자료로, 천문학적인 돈을 내놔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는 자신의 외도로 이혼을 하면서 재산의 75%를 위자료로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죠. 비슷한 이유로 영화배우 멜 깁슨도 전 재산의 절반인 4천6백억 원을 위자료로 내놔야 했습니다.
권리엔 책임이 따르는 법입니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누리기 위해 배우자에게 불행과 고통을 안겨줬다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게 맞습니다. 간통으로 인한 위자료와 재산 분할에 대해 우리도 이젠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