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교수가 자신의 논문에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끼워 넣은 사례가 82건이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대를 비롯한 서울의 주요 대학에서도 이 같은 사례가 상당수 적발됐다. 교육부는 교수들이 자녀의 대학 입학을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인지 여부를 가리기 위한 진상 파악에 나서는 한편, 연구부정행위로 밝혀진 경우엔 입학취소 권고 등 조치도 취할 방침이다.
25일 교육부는 지난 2007년 2월∼2017년 10월까지 발표된 논문을 전수 점검한 결과, 교수 논문에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포함한 사례가 29개 대학에서 82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학교와 대학이 연계해 중·고등학생 논문지도를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우(교육과정 연계)는 39건(16개교)이었다. 나머지 43건(19개교)는 교육과정과 관계없이 자체적으로 쓴 논문이었다.
논문 게재 당시 자녀의 학년은 고3이 가장 많았고, 자체적으로 쓴 논문 역시 공저자로 등록된 자녀는 고3과 고2가 대부분이었다. 학교별로 살펴보면 총 적발 건수는 성균관대가 8건으로 가장 많았고, 연세대가 7건, 서울대·국민대가 각 6건이었다. 교육과정 연계가 아니라 자체적으로 쓴 논문만 보면 서울대가 6건으로 가장 많았고, 가톨릭대가 4건, 연세대·한국외대·숙명여대 등이 각 3건이었다.
물론 미성년자도 논문을 쓸 수는 있지만 교육계에서는 미성년 자녀를 교수 부모의 논문에 공저자로 등록한 것은 입시용 경력(스펙) 쌓기를 위한 '꼼수'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교수가 친인척이나 지인의 자녀를 공저자로 등록한 경우도 있을 가능성이 높아 연구윤리와 관련된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2014학년도부터 논문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것을 금지하고 학종전형 평가에서도 제외하도록 했다"며 "다만 카이스트(KAIST)를 비롯한 일부 대학은 특기자전형에서 논문을 지원자격 예시로 두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분야별로는 이공계열이 80건, 인문사회계열이 2건으로 이공계열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실제로 과거 입학사정관이었던 한 대학 관계자는 "입학사정관 재임 당시만해도 논문을 작성한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드물었기 때문에 그런 경험은 경쟁자들에 비해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스펙이 됐다"며 "특히 인문사회계열 보다는 이공계열에서 카이스트나 유니스트 등 과학기술대학교 입학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연구에 기여하지 않은 사람을 저자로 표시하는 것은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하므로 적발된 82건에 대해 해당 대학에 연구부정 검증을 요청할 계획이다. 검증 과정에서 연구부정 논문이 대입에 활용됐을 경우 입학 취소 요구 등 조치도 취할 예정이다. 다만 이미 졸업한 학생의 학위 취소 등 요구까지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2014년 도입된 학생부종합전형부터는 외부 활동 실적 제출을 제한했기 때문에 부정 논문을 입시에서 사용했다 하더라도 2014년 이전인 입학사정관제에서 사용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입학취소 여부와 더불어 학위(졸업)취소 등의 요구는 입학을 결정할 당시에 논문이 당락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느냐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로서는 논문이 연구부정에 해당되는지가 먼저 파악돼야 하며, 연구부정이 맞을 경우 실제 입시에 쓰였는지를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진상을 가려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고3 학생은 "부모 직업이 교수가 아닌 학생들은 모두 박탈감과 허탈감 느낀다"며 "부정 논문으로 대입에서 유리한 점수를 받은 것이라면 반드시 입학을 취소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 역시 "대입을 위해 자조서와 면접 등을 열심히 준비하는 학생들이 힘 빠지지 않게 교육부가 제대로 조사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연구윤리확보를 위한 지침'을 개정해 미성년자가 논문 저자로 포함될 경우
[김효혜 기자 / 김희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