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女승무원 격려' 논란…"더는 기쁨조 되지 말자"

"더는 기쁨조 되지 말자"…익명 앱에서 '#MeToo' 캠페인 확산
아시아나 승무원 노조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고 단언"


성폭력·성추행을 고발하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승무원 격려 행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2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박 회장은 매달 첫째 주 목요일 오전 7시 30분께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당일 비행을 앞둔 승무원 등을 격려하고 있습니다.

승무원들은 이 시간에 맞춰 본사 1층 로비에 커다란 원 모양으로 둘러서서 대기하다가 박 회장이 들어서면 손뼉을 치며 맞이합니다.

박 회장은 승무원들에게 당일 비행 스케줄을 묻거나 어려운 점은 없는지 듣고 덕담을 건네며 격려합니다. 이어 교육훈련동을 찾아 출산휴가 등을 마치고 복직을 준비하는 승무원 등을 격려합니다.

이때 박 회장은 승무원들과 악수·포옹하거나 어깨를 두드리는 등 스킨십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참석한 승무원 대다수는 여성입니다.

최근 이 회사의 익명 게시판 앱 '블라인드'에는 이런 박 회장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글이 다수 올라왔습니다.

특히 '박 회장의 여승무원 성희롱에 대한 고용노동부 민원제기 운동을 시작한다'는 제목의 글은 이 회사 직원들이 1만회 이상 읽고, 300명이 '좋아요'를 누르는 등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 글에 달린 200개의 댓글은 대부분은 박 회장의 악수·포옹·반말 등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는 내용입니다.

"예쁜 승무원들 쇼업(show-up: 출근) 시간 바꾸고 앞에 세워놓고 선물 만들어서 드리는 게 어떠냐, 먼저 달려가서 안아드려라, 이렇게 하는 게 진짜 말이 되나", "파트에서 진급케이스인 승무원들 목요일 아침 쇼업으로 바꾸라고 압박한다", "블라인드에서만이 아니라 꼭 행동으로 보여줘 더는 우리가 기쁨조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히 했으면 좋겠다" 등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또 "교육원에서도 박 회장이 온다는 소식에 미리 대기하고 이벤트를 만들고 전날 악수하고 인사하는 것을 연습해야 한다"는 글도 있습니다.

"누가 얘길 잘하나, 누가 이상한 얘기하나, 누가 더 애교 떠나 뒤에서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 사무실 인간이 더 싫다"거나 "얼굴이 어떠니 오늘 화장이 어떠니 여자가 어떠니 하는 조직장들도 고발감"이라는 등 관리자에 대한 불만 역시 터져 나왔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런 논란에 대해 "월 1회 아시아나항공 새벽 격려 방문은 오래된 현장 소통경영의 일환"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평일 이른 아침 공개된 장소인 본사 로비에서 직원들을 만나 악수하고 어깨를 토닥이며 격려하는 행사가 오해를 받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박 회장이 매년 초 여직원들만 모아 세배를 받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한 직원은 블라인드에 "여승무원들 몇 명 추려서 신년에 한복 입고 세배한다. 기쁨조가 맞다"고 자조 섞인 글을 남겼습니다.

회사 내부에서도 '여직원 세배'에 대한 논란이 일자 박 회장은 지난해 남자 직원에게도 세배를 받았습니다.

이와 함께 아시아나의 연례 가을행사인 '플라자 앤 바자회'에서 여직원들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춤을 추는 장기자랑을 하게 하는 것도 부적절하다는 등의 문제 제기가 잇따랐습니다.

아시아나의 한 직원은 "미투 운동을 계기로 그동안 부당하다고 느꼈지만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똑바로 평가하고, 조직문화를 건강하게 바꾸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박 회장 관련 논란이 확산하자 아시아나항공 객실승무원 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보도된 내용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고 단언한다"고 밝혔습니다.

노조는 "그간의 그릇된 행위와 관행에 대해 철저한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한다"며 "사과와 반성이 있어야 하고 가시적인 변화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