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인이 지난 12월에 발표한 시 '괴물'의 도입부입니다. 시를 빗대 문단 내 한 원로 시인의 성추행을 폭로한 건데, 최근 현직 검사의 폭로로 촉발된 이른바 '미투 운동'과 함께 많은 공감을 받았죠.
이런 미투 운동을 보는 일반적인 시선은 '지지' 쪽입니다.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지지의견이 74.8%로, 4명 중의 3명꼴이거든요.
여기에 미투에 나선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위드유(With You)' 운동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투 운동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늘 성희롱을 당했습니다. 미투' 지난 닷새 전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인데, 성폭행 고발 캠페인과는 전혀 상관없는 돼지껍데기 사진을 올려놓고서 미투 캠페인을 조롱한 겁니다.
용기를 내 폭로한 검사에게는 모욕성 발언이 이어지고 있죠.
정계 진출을 목적으로 인터뷰 한 거라는 식의 의혹을 제기하거나, 외모를 비하하는 표현들이 다숩니다.
예비 법조인들이 사용하는 한 커뮤니티에선 남자화장실에 들어오는 청소 아줌마들이 강제추행으로 처벌받길 원한다며 미투를 태그하는가 하면 '지겹다 #미투, 지친다 #미쓰리' 등의 글도 올리고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이달 초 만들어진 직장인 커뮤니티에선 피해자의 고백에, 지어낸 이야기라는 의미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힘겹게 말문을 연 피해자를 되려 조롱하고, 부정적 파장을 즐기며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심리지요.
미투 운동이 번지면서 이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숨김을 강요받고, 피해 사실을 밝히기 꺼려하던 사회 구조는 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익명이란 가면 뒤에 숨어서 성폭력 피해자를 2차로 가해하는 건, 그저 초라한 인격을 드러내는 비겁한 행동일 뿐입니다.
지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건 피해자에 대한 조롱이 아니라 '공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