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소속의 배우들에게 상습적 성추행을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을 일으킨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7)이 19일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다만 이윤택은 성추행은 인정하면서도 성폭행은 없었다고 완강히 부인했다. 또 그는 피해자의 폭로에 대해서는 사실 관계가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윤택은 이날 서울 명륜동 30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저에게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면서 "저의 죄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포함해 그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소시효가 지났다면 다른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책임지겠다"며 "가능한 한 직접 (피해자를) 만나서 사과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윤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성추행을 폭로한 배우 말고도 상습적으로 다른 배우들을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했다. 또한 연희단거리패 단원들이 수차례 항의했는데도 멈추지 않았다고도 그는 밝혔다. 이윤택은 "단원들이 항의하고 문제를 제기할 때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매번 약속했지만, 번번이 제가 그 약속을 못 지켜 악순환이 계속됐고 큰 죄를 짓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윤택은 그러나 성폭행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윤택은 "(성폭행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성관계 자체는 있었지만 폭력적이고 물리적인 방법으로 강제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17일 인터넷 게시판에 익명으로 올라온 폭로에 따르면 이윤택은 2001~2002년 두차례 피해자를 성폭행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성폭행공소시효가 10년인 것을 감안하면 당시 사건으로 그를 처벌할 수 없다. 따라서 수사기관에 고발해도 이윤택이 성폭행했는지 가릴 방법이 없다. 이윤택은 "SNS에 올라온 주장 중에는 사실이 아닌 것도 있다"며 "이 문제를 여기서 왈가왈부하거나 진위를 밝힐 수는 없어 법적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윤택은 이날 연극계를 떠나겠다고 밝혔다. 그가 창단한 연희단거리패 또한 이날 해체를 선언했다. 극단 소유의 재산은 모두 매각한다.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는 이날
이날 서울연극협회는 한국극작가협회, 한국연극연출가협회등에 이어 이윤택을 제명조치한다고 밝혔다. 사단법인 아시테지(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도 성명서를 내고 이윤택과 연희단거리패의 회원자격을 박탈했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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