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우연히 부정행위가 적발된 수험생에게만 시험무효 및 응시자격 제한 처분을 내리는 것은 법적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현실적으로 수능 도중 발생하는 모든 부정행위를 감독할 수 없다고 해서 적발된 경우까지 처벌하지 않는 것은 법치주의에 맞지 않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지난 8일 이모씨가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대학수학능력시험 무효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감독관의 진술·증언 등을 토대로 이씨가 시험종료령이 울린 후 계속 답안지를 작성한 것이 인정돼 시험의 공정성을 해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일부 수험생의 동일한 행위가 수능 감독 현실상 적발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로 인해 법치주의 원칙상 불법의 평등을 요구할 수 없다"며 "가능성만으로 이씨의 행위를 부정행위로 보는 것이 형평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23일 치뤄진 수능에 응시한 이씨는 4교시 제1선택 과목으로 물리Ⅰ을, 제2선택과목으로 지구과학Ⅰ을 선택했다. 당시 시험 전체 종료령이 울리자 감독관 박모씨는 시험지와 답안지를 걷기 위해 "펜을 내려놓으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씨는 빈칸으로 남아있던 물리Ⅰ의 마지막 문항에 답을 표시했고, 박씨는 그를 부정행위자로 적발했다.
이씨는 지구과학Ⅰ시험 시간
재판부는 박씨의 일관된 진술·증언, 당시 작성된 조서 등을 토대로 이씨가 시험종료 후 답안지를 작성했다고 판단했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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