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 전 국정원장(74·구속기소)의 측근이 "청와대가 왜 국정원에서 돈을 받아가는 지 의아했다"고 증언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 심리로 열린 남 전 원장 등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혐의 2회 공판에 그의 비서실장인 박모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박씨는 "청와대도 예산이 있어 상식적으로 국정원 돈을 받아갈 이유가 없는데 왜 가져가나 싶어 머리가 아팠다"고 증언했다. 그는 지난 2013년 5월~2014년 4월 남 전 원장의 지시로 10여 차례에 걸쳐 특활비가 든 봉투를 직접 이재만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52·구속기소)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박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위에서 시키는 일이라 일단 돈은 전달했지만 괜히 돈 전달에 엮이면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길 것 같아 회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외에는 '청와대에서 필요하니까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가져가겠지'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남 전 원장 측이 지난 15일 첫 공판에서 청와대에 돈이 전달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지급한 돈이 국정 운영에 사용될 것으로 알았다"고 주장한 것과 비슷하다.
이날 박씨는 "특활비를 전달하면서 2013년 5월 처음 한 번을 빼고는 매번 이 전 비서관이 보내주는 차를 타고 청와대에 출입했다"고 증언했다. 이 전 비서관이 주한 영국대사관 인근의 극장에 차량을 보내면, 그 차를 타고 검문 절차 없이 곧장 청와대로 들어와
검찰에 따르면 남 전 원장은 재임 시절인 2013년 5월~2014년 4월 매달 국정원 특활비 5000만원씩 총 6억여원을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로 상납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또 특활비를 청와대에 전달해 국정원 국고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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