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교동에 있는 퀴어·페미니즘 전문 서점 '책방 꼴'. [사진 = 김민지 인턴기자] |
소셜미디어상에선 2016년 11월부터 이미 여성퀴어 전문 서적을 다루는 공간인 'L 서점'이 존재했다. L 서점은 각종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하는 등 점차 영역을 확장해 현재 온라인 스토어도 운영하며 직접 오프라인 행사를 주최하기도 한다.
페미니즘 서적을 전문으로 다루는 오프라인 독립 서점은 종종 찾아볼 수 있었지만 책방 꼴 규모의 성 소수자 전문 서점은 흔치 않다. 서점은 책을 파는 동시에 문화 교류·인권 운동의 장이 되고 있다.
◆ 게이 작가 시집부터 아동 성폭력 생존자 이야기까지
↑ 책방 꼴의 내부. 한 출판사 관계자가 책방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 김민지 인턴기자] |
책방 꼴에 비치할 책을 선정하고 분류하는 일은 여성주의 단체이자 책방 운영진인 '언니 네트워크' 회원이 맡았다. 회원들은 퀴어·페미니즘 잡지 '?'의 집필진이기도 하다. 언니 네트워크는 2004년부터 주로 토론과 글쓰기를 통해 소수자 인권 신장에 기여했는데 지난해 11월 말에 책방 꼴을 오픈했다.
책 분류 방법도 기존 대형 서점과 다르다. 책방 꼴은 △비혼 △퀴어페미니즘 △힐링코너 △동시대 한국 여성 작가 등 카테고리로 책을 분류했다. 서점엔 동성연애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됐던 아일랜드 출신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부터 '비독점적 다자 연애'에 관한 에세이까지 다양한 책을 찾아볼 수 있었다.
L 서점은 출판사 '움직씨'가 운영하며 대표적으로 레즈비언의 커밍아웃 경험담과 부모님과의 복잡한 관계 등을 다룬 책 '펀 홈(Fun Home)'과 가족 내 아동 성폭력 생존자의 이야기 '코끼리 가면' 등을 판다.
퀴어 커뮤니티 내에서 책방은 꾸준한 인기를 누리며 만남의 장이 됐다. SNS에선 "오늘 저랑 책방 꼴 가실 분?"이란 글이 바로 눈에 띄었다. L 서점 관계자는 "퀴어 분들의 반응은 잔잔면서도 열광적"이라 묘사했다.
◆ 성 소수자 뿐만 아니라 지나가던 주민도 자유롭게 방문
↑ (왼쪽) 출판사 움직씨와 L 서점이 연 북토크 행사 포스터와 (오른쪽) L 서점의 오프라인 판매 현장. [사진 = L 서점 제공] |
대신 소정의 참가비를 걷는 독서 토론회·노래 아카데미 등 문화 행사를 열거나 L 서점의 경우엔 직접 책을 들고 독자를 찾아가는 '움직이는 서점'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행사엔 성 소수자 뿐만 아니라 누구나 참여한다.
행사 참여자나 서점 방문객은 성 소수자가 많지만 행인이나 이웃 주민들도 서점에 자주 온다. 잇을 씨는 "책방 꼴을 처음 오픈할 땐 주거지역에서 성 소수자의 상징 무지개 깃발을 걸어놓으니 혹시나 거부감을 느끼는 분도 있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하지만 오히려 주민들도 궁금해하시고 와서 책을 읽고 가시는 분들도 많다"고 밝혔다.
책방을 운영하며 가장 뿌듯했던 경험으로 잇을 씨는 평소에 성 소수자 인권에 대해 관심 없었던 어르신이 왔던 일을 떠올렸다. 그는 "어르신이 책을 추천해달라 하셨는데, 그의 '알고자 하는 열정'에 감동했다"고 덧붙였다.
단골 손님도
[디지털뉴스국 김민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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